moon향 2016. 8. 31. 14:33

 

 

 

 

밥알 하나 - 이안

 


할머니한테 들은 고조할아버지 이야기

 

얼마나 가뭄이 지독했던지 먹을 게 없었다

어느 날 마루에 놓인 물동이 속에

밥알 하나 가라앉은 게 보였다

 

가난해도 양반 체면에

밥알 하나만 달랑 건져 먹는 건 욕이 될까 봐

물 한 동이를 통째 들이키셨다는,

 

목까지 차오르는 물속에

밥알 하나 가만히 떠올라 오는 이야기

 

 

- 동시집『고양이와 통한 날』(2008,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