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향 2014. 3. 27. 15:21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