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리 고....♡/언 어 와 문 장

두 시인의 이야기

moon향 2016. 6. 27. 16:03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시도 신명이 나지 않으면 못 쓴다.

시를 쓰는 일이 신바람이 나고 무언가 큰일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이 없어서는,

적어도 내 경우, 제대로 된 시를 쓴 일이 없다.

실제로 나는 내가 쓰는 시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는 이렇게 시를 써도 되는 것인가

회의에 사로잡히면서 시를 쓰는 일이 시들하고 싫어진 일이 몇 번 있다.

 

- 신경림

 

 

 

 신경림 선생의 말씀이 가슴에 콕 와 닿는다.

 아이들도 잘 읽지 않는 동시를 쓰는 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동시 쓰는 이들도 잘 읽지 않은 동시를 왜 써야 하는가? (일부 동시인들을 위해 쓴다?)

 공짜로 보내 주는 동시집만  읽는 동시인들이 과연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동시 공부하는 습작생들도 구입하지 않는 동시집을 왜 자비출판하는가?

 동시인들, 자기들만의 리그가 무슨 의미가 있나?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동시들을 보기 위해 잡지를 꼭 구독해야 하는가?

 

 동시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점점 시시하게 느껴지고 있다.

 나는 모든 잡지를 끊고(남의 작품도 안 읽고) 지내면서

 동시가 왔을 때 쓰면서 청탁이 오면 발표하고

 그렇잖으면 일체 발표 안 하면서 지낼 수는 없을까? 그러면 다른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인데.

 

 동시도 그렇고 시도 이젠 시들시들 시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달에도 자비 출판한 동시집 등 여러 권을 폐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소개할 필요도 없기에. 

 

 (2016.6.20. K시인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