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 복효근 사다리 - 복효근 이름엔 다리가 네 개인데 사다리는 기다란 다리가 두 개 두 다리 벽에 기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페인트칠하는 아저씨가 와서 사다리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자 사다리는 다리가 네 개 사다리는 사다리가 됩니다 사다리는 다리에 바짝 힘을 줍니다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5.03.10
슬픔에 대하여 - 복효근 슬픔에 대하여 - 복효근 해가 산에서 마악 솟을 무렵 구름 한 자락 살짝 가리는 것 보았니? 깜깜한 방에 갑자기 불을 켤 때 엄마가 잠시 아이의 눈을 가렸다가 천천히 떼어주듯 잠에서 덜 깬 것들, 눈이 여린 것들 눈이 상할까봐 조금씩 조금씩 눈을 열어주는 구름 어머니의 따뜻한 손 그렇..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31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새들이 겨울 응달에 제 심장만한 난로를 지핀다 두 마리 서너 마리 때로는 떼로 몰리다보니 새의 난로는 사뭇 따숩다 저 새들이 하는 일이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꽃눈 잎눈 만드는 것을 잊거나 두레박질을 게을리 하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일, 너..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12.04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30
초극세사 - 복효근 초극세사 - 복효근 혼자서 때를 미는 나에게 아들만큼이나 장한 게 초극세사 때밀이 타올이다 비누를 바르고 초극세사로 밀면 시원하다 거기까진 좋은데 힘 조절에 실패하여 번번히 살갗을 벗기고 만다 거친 이태리타올 같으면 살살 문질러보지만 극세사 부드러움에 속아 내가 내 살갗..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7
탱자 - 복효근 탱자 - 복효근 가시로 몸을 두른 채 귤이나 오렌지를 꿈꾼 적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밖을 향해 겨눈 칼만큼이나 늘 칼끝은 또 스스로를 향해 있어서 제 가시에 찔리고 할퀸 상처투성이다 탱자를 익혀온 것은 자해 아니면 고행의 시간이어서 썩어 문드러질 살보다는 사리 같은 씨알뿐 탱..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6
폐차와 나팔꽃 - 복효근 폐차와 나팔꽃 - 복효근 폐차는 부활 같은 건 꿈꾸지 않나 보다 쓸 만한 부품은 성한 놈들에게 내어주고 폐차장엔 끝끝내 끌고 온 길들을 놓아주어 버린 분해되는 낡은 차가 그래서 평화스럽다 영생을 믿지 않아 윤회가 시작된 것일까 벌써 나팔꽃 한 가닥이 기어올라 안테나에 꽃을 피웠..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08.30
섬 - 복효근 섬 -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8.18
나뭇잎 편지 - 복효근 나뭇잎 편지 - 복효근 누가 보낸 엽서인가 떨어져 내 앞에 놓인 나뭇잎 어느 하늘 먼 나라의 소식 누구라도 읽으라고 봉인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펼쳐놓은 한 뼘 면적 위에 얼마나 깊은 사연이기에 그 변두리를 가늠할 수 없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이렇게 발음할 수 없다는 듯 가..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