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폐차와 나팔꽃 - 복효근

moon향 2014. 8. 30. 16:03

 

 

  폐차와 나팔꽃

 

                     - 복효근


   폐차는
  부활 같은 건 꿈꾸지 않나 보다
  쓸 만한 부품은 성한 놈들에게 내어주고
  폐차장엔 끝끝내
  끌고 온 길들을 놓아주어 버린
  분해되는 낡은 차가
  그래서 평화스럽다
  영생을 믿지 않아 윤회가
  시작된 것일까 벌써
  나팔꽃 한 가닥이 기어올라
  안테나에 꽃을 피웠다
  비켜라 경적을 울려대며
  회생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고
  달릴 줄만 알았던
  한참 광나던 시절엔 어찌 알았으리
  필요로 하는 것들에게
  하나하나 내어주고
  마지막 끝자리마저 나팔꽃에게 내어주고
  제 몸이 비어갈수록 채워지는 햇살의 따스함
  폐차는 성자처럼
  나팔꽃이 시들 때까지만
  지상에 남아 있기를 기도할지도 모른다
  폐차가 아름다운 어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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