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뒷굽 - 허형만

moon향 2014. 7. 24. 09:45

 

  뒷굽  -  허형만(1945~)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돌고 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 게 아닌지
  순수의 영혼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사코 한쪽으로만 비스듬히 닳아 기울어가는
  그 이유가 그지없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