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면 - 이병률
손바닥으로 쓸면 소리가 약한 것이
손등으로 쓸면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안다
그것을 삶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먹을 것 같지 않은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슬쩍 열어본 당신의 가방에 많은 빵을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삶의 입체라고 생각한다
기억하지 못했던 간밤 꿈이
다 늦은 저녁에 생각나면서 얼굴이 붉어진다
나는 그것을 삶의 아랫도리라 생각한다
달의 저편에는 누군가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고
대면한 적 없다고 한다
사람이라고 글자를 치면
자꾸 삶이라는 오타가 되는 것
나는 그것을 삶의 뼛속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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