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st Heroine』 쓴 민사고 3학년 강희구군
유학은 커녕 사교육도 거의 받지 않은 고교생이 600쪽에 달하는 영어 소설을 펴냈다. 최근 판타지 소설 『The Lost Heroine』(잃어버린 여주인공)을 출간한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강희구(18)군 얘기다. 강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재미 삼아 들었던 『해리포터』 영어 테이프 덕분에 영어 실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며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언어인 만큼 자주 듣고 따라 하는 게 최고의 공부법"이라고 말했다.
강희구군은 '해리포터' 영어 녹음 테이프를 들으면서 독학하다시피 키운 영어 실력으로 장편소설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최명헌 기자
운명 개척하는 요정 이야기 … 3년만에 완성
소설의 주제는 '정해진 운명은 없다'다. 과거·현재·미래의 일을 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자신의 꿈이 늘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을 본 주인공은 운명론자가 된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죽는 꿈을 꾼 뒤 이 꿈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를 자신이 꿈에 본 죽음의 현장으로 데리고 가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자신이 꾼 꿈을 부정하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친구를 살려내는 부분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다. 주인공을 요정으로 설정하고 인간과의 갈등과 전쟁 등 스케일이 큰 상상력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강군이 소설을 처음 쓴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에 심취해 밤낮없이 영어로 된 녹음 테이프를 듣다가 이를 모방해 판타지 소설을 써봤다. 총 9쪽짜리 소설의 제목은 『Magical Mansion』(마법의 집). 주인공은 강군 자신이었다. 강군은 "그때는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지금 읽으면 무슨 뜻인지 해독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웃었다. 이후로도 습작을 꾸준히 해 30쪽 넘는 단편 16편과 400쪽짜리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영어 소설은 쓰고 싶다고 해서 뚝딱 써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장편은 시간과 공간적 배경, 플롯,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등을 머릿속에 담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이를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완성해 내기란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강군이 『The Lost Heroine』을 완성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전체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는 2년 정도 걸렸어요. 모순되는 부분을 찾아 고치고, 완성도 낮은 에피소드는 갈아엎는 식으로 탈고를 하는 데 1년이 소요되더라고요."
소설을 쓰는 동안 영어 글쓰기 실력이 놀랍게 향상됐다. 강군은 "중3 때 민사고 합격 소식을 듣고 난 뒤 쓰기 시작한 소설의 앞부분은 지금 보면 문장력이 부족한 게 눈에 띈다"며 아쉬워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휘도 다양해지고 표현력도 풍부해져 스스로도 '잘 썼다' 싶은 부분이 눈에 띈다"고 자평했다.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깊이도 달라졌다. 자신이 직접 소설을 창작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소설가들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쉽게 파악이 된다는 것이다. 강군은 "문학 점수는 대부분 최고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 원어민 문학 교사에게는 "내가 지금껏 가르친 학생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처음 들었을 때 반 정도 이해되는 교재 선택을
소설이 출간되자 강군의 영어 공부법을 물어오는 이가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강군은 "학원에서 정형화된 교육을 받는 것보다 좋아하는 소설이나 영화 녹음 파일을 무조건 많이 들으라"고 조언해 준다. 실제로 강군이 지금까지 영어 사교육을 받은 기간은 통틀어 3년이 채 못 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집 주변영어학원에 1년 남짓, 중1 때 토플학원에 7개월 다닌 게 전부다. 현재 강군의 영어 공인시험 성적은 SAT 2380점(만점 2400점)이다. 지난해 말 처음 응시한 SAT 시험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았다. 전국 수재들이 모인 민사고에서도 강군의 영어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강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들은 『해리포터』 영어 테이프가 내 선생님이었다"고 강조했다. 친구들은 한글로 번역된 소설책을 읽을 때 강군은 영어 테이프만 반복해 들었던 것. "잘 때도 자장가처럼 틀어놨고, 샤워를 할 때도 녹음기 볼륨을 높여 욕실에서 들었다"며 웃었다. 단어를 찾거나 문법을 배워가며 들은 것도 아니다. 반복해 듣다 보니 모르는 단어도 정황상 의미가 파악되고 난해한 문장 구조도 통째로 귀에 들어왔다. "다른 학생들은 학원에서 'pretty=예쁘다'로 단어를 외울 때, 저는 그냥 pretty는 pretty로 받아들인 거예요. 문법을 저는 정확하게 쓰는데 친구들이 이론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면 설명은 잘 못하겠어요."
자신의 영어 학습 방법에 확신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진학 이후 중국어를 배우면서다. 중국 소설 책은 녹음 테이프가 딸려 있는 게 거의 없어 책을 먼저 읽고 독해하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 강군은 "확실히 읽고 해석하는 공부를 먼저 하니까 듣고 말하기가 잘 되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강군은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적합한 듣기 자료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수준에 딱 맞는 교재보다는 처음 들을 때 50% 정도만 이해되는 자료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게 강군의 조언이다. "처음부터 거의 다 이해되는 자료는 반복해 들어봤자 실력이 늘지 않아요. 약간 어렵고 못 알아듣는 표현이 섞여 있어야 집중도 잘되고 들을 때마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생겨 표현도 늘고 실력도 쌓이죠."
미국 대학에 진학할 계획인 강군은 "과학 분야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아직 진로를 결정하진 않았다"면서 "어떤 일을 하든 독자들에게 가치를 인정받는 소설 작품을 꾸준히 써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희구군이 권하는 영어 듣기 비법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교재로 삼아라: 아무리 교훈적인 내용도 지루하게 느껴지면 여러 번 반복해 들을 수 없다. 1년 이상 계속 들어야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정말 좋아하는 교재를 선택한다.
·자주 들리는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보라: 여러 번 반복해 듣다 보면 모르는 단어도 정황상 이해가 된다. 나중에는 처음 보는 단어도 긍정적 의미인지, 부정적 의미인지 뉘앙스로 의미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듣는 중간 사전 찾거나 문법을 공부하지 마라: 듣다 보면 알게 된다는 믿음을 가져라. 사전을 찾거나 문법을 공부하면 언어가 아닌 공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잠 깐 만.....♡ > 책 읽 는 시 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법정스님의 수필 <무소유> (0) | 2012.12.05 |
---|---|
[스크랩]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시 100선-서정윤 (0) | 2012.08.21 |
[스크랩] 딥스 <버지니아 M.액슬린 저> (0) | 2012.07.10 |
[스크랩] 행복의 정복 - 버트런트 러셀 (0) | 2012.07.04 |
[스크랩] 헤밍웨이-노인과 바다 (0) | 2012.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