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정보를 보면 톰 행크스, 팀 앨런, 조앤 쿠삭 등 목소리 출연자들이 나온다. 출연자가 우디, 버즈 이렇게 나오지 않아 순간 당황했다. 그만큼 이들은 살아있는 캐릭터다. 이들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3편을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물론, 그 이상의 것을 담아낸 것은 당연하다.
‘토이 스토리 3’는 동심과 작별하는 법에 대한 영화다. 전편에서 다뤘던 정체성과 버려짐에 대한 천착 또한 여전히 진행되지만, 세 번째 ‘토이 스토리’는 시리즈물의 완결답게 이별에 대한 진한 감동에 무게를 뒀다.
장난감 친구들의 주인 앤디 데이비스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엄마에게 방 정리를 재촉 받는다. 앤디의 방은 여동생이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짐 정리를 하고 방을 비워야 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앤디의 관심을 받지 못해 외로워하던 장난감 친구들은 드디어 막연하게 생각해온 그 날, 버려지는 순간이 왔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앤디의 선택은 네 가지 중 하나다. 쓰레기봉투 투하, 다락방 보관, 보육원 기증, 기숙사 소지. 앤디는 쉽게 결정 못하고, 장난감들의 초조감은 커져만 간다. 장난감 상자를 가져가는 것은 성인이 된 앤디에게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사실상 선택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이 세 가지 선택은 ‘토이 스토리’ 시리즈물을 언제까지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은유로도 읽힌다. (탁아소 장면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물의 통상적인 운명이 그러하듯 쓰레기로 씁쓸한 생명을 이어가거나, 캐릭터의 외모만 변형되지 않고 남아 무한반복되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전락할 것이냐. 아니면, 종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락방의 기억 속에 평화롭게 남겨질 것이냐. 제작진은 더 이상 시리즈물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추억의 다락방에 남겨지는 선택을 한 듯하다.
제작진과는 달리, 장난감들에게 다락방 귀퉁이에 처박히는 것은 결코 명예로운 결말이 아니다. 주인이 놀아주지 않는 장난감은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다. 사랑받는 것이 곧 존재 가치인 그들에게 주인의 일방적인 성장은 가혹한 운명이다.
▲ 선택받은 우디를 제외한 장난감 친구들은 사랑받지 못하는 처지로 버려지는 것보다는 보육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곧 그들은 다락방은 차라리 나은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앤디의 장난감들은 실수 반, 자의 반 탁아소에 기증된다. 버려진 장난감들의 집합소인 탁아소는 하류인생이 모인 후미진 뒷골목이다. 앤디의 장난감들은 곰인형 랏소의 독재 아래 억압적 시스템에서 착취당하는 신세가 된다. 이 탁아소를 배경으로 ‘토이 스토리 3’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귀여운 외모와 상반되는 잔인한 악역의 랏소와 빅베이비는 페이소스와 아이러니를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의 최고 스타는 미남인형 켄이다. 켄은 버즈의 새로운 모습과 함께 사랑스러운 폭탄 유머를 연발한다.
▲ 누구나 가져본 적이 있는 곰인형. 귀여운 외모와 달리 슬프고 잔인한 악역이다. 오른쪽의 바비와 느끼한 미남인형 켄 커플은 '토이 스토리 3'의 최고 스타로 예상된다.
흥미진진한 드라마와 스릴, 유쾌한 코미디가 쉴새없이 이어지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 하지만 그 내면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처럼 공허하고 가슴 아프다. 수동적인 삶일 수밖에 없는 장난감의 나약한 처지, 언젠가는 버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 수많은 복제품 중 하나에 불과한 플라스틱 덩어리, 혹은 헝겊조각일 뿐인 고독한 정체성. 이 얼마나 사무치게 슬픈 존재인가. 앤디와 장난감들의 관계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2편에서는 직접적으로 종교적 철학을 다루기도 했다.
이 같은 비극적 숙명 속에서도 (장난감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잘도 설득하던 이 시리즈물은 이번에도, 가장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낸다. 그것도 지나친 판타지 없이. 슬프지만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말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계속 나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다. 미쳤어? 다 커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울다니. 그것도 이렇게 교과서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교훈적인 영화를 보고. 시리즈물에 대한 애정이 너무 과한가?... 별의별 생각을 해도, 아무리 냉정하게 마음 먹어도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의 전설이 됐다. 이번 완결판은 3D 애니메이션 시대를 장식한다. 말할 것도 없이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시각적 화려함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개인적 의견으로는 굳이 3D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토이 스토리’와 CG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플라스틱의 인공적 질감을 인공적 느낌의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꼭 CG여야 했다. 하지만 3D는 ‘더’의 개념이지, ‘꼭’의 차원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눈물 뽑아내고 안경 씌우는 건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안경 씌우려면 울게 하지나 말던가
▲ 건전지 걸고 도박하는 탁아소의 장난감들.
동심의 상실에 대해 이토록 보편적이고도 감동적으로 이야기한 영화가 있었던가. 어린 시절 늘 품에 안고 대화하고 아꼈던 원도우먼 인형이 그립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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