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졸업식을 마치고 이제야 한숨 돌렸습니다. 긴장이 풀려서 그랬는지 몸살이 나서 주사도 맞고 링겔도 맞았네요 이제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다들 감기, 몸살 조심하세요 병원 가니 저같은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아무튼 다시 힘내자는 의미에서 이번 주는 동시 10편을 올립니다. 절대로 동시를 가볍게 보고 10편이나 올리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고요 <오늘의 동시문학>이라는 동시전문 문예지에서 매년 '올해의 좋은 동시'를 뽑습니다. '2012년의 좋은 동시'로 뽑힌 10편을 신공 회원 여러분과 함께 감상하고자 이렇게 스크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올려봅니다.
동시를 꾸준히 쓰고자 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늘의 동시문학>이나 <동시마중> 같은 동시전문 문예지를 구독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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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멍 해야 할 일
신현득
담 밑에 뚫어 논 나는 개구멍.
바둑이냐? 강아지 동무 만나러 가니? 나가도 좋아.
병아리 형제냐? 놀다 오는 거지? 나가도 좋아.
아기 돼지 형제? 이웃 동무 만나러 가니? 나가도 좋아.
영수냐? 안 돼! 엄마 몰래 나가려는 거야 잠깐만 놀다 올게.
절대 안 돼. 개구멍이 할 일이 이거라니까!
[출처] <시와 동화> 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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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와 거미줄
김종상
옛날 스님들은 이렇게 살았대요
요사채 추녀에 거미줄이 있습니다 거미줄에는 풀씨들이 많이 걸려있어요 “스님! 거미줄을 없애면 되잖아요?” “거미줄을 없애면 거미는 어쩌니?” “그럼 풀씨는 왜 떼 내셔요?” “길을 잘못 든 씨앗들이야. 싹틔워서 살 땅으로 보내줘야지.”
스님은 씨앗을 떼 내 바람에 날려 보냈습니다.
※자연보호(自然保護): 작은 생명보호가 자연보호의 시작임.
[출처] <아동문예> 2012.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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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골똘히
이준관
내가 교실 책상에서 수학 문제를 풀려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자두나무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겠지 어떻게 열매를 맺을까 하고
꼬마물떼새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겠지 물고기 잡으러 어디로 갈까 하고
해바라기 꽃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겠지 씨앗을 어떻게 빼곡이 채울까 하고
콧등에 송송 땀이 맺히는 줄도 모르고 손에 촘촘 땀이 배이는 줄도 모르고 나처럼 모두
[출처] <시와 동화> 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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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우산
박두순
집에 오는 길에 소낙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형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때 형이 우산이었다.
들에서 일하는데 소낙비가 두두두 쏟아졌다
할머니가 나를 얼른 감싸 안았다
그때 할머니가 우산이었다.
따뜻한 사람우산이었다.
[출처] <열린아동문학> 201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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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버리기
이화주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눠 주신 종이 쪽지에 욕을 썼다. 가슴 속에 숨어 있는 욕을 다 찾아 내 썼다.
나는 망설이다가 욕이 입에서 메뚜기처럼 튀어나오는 아이 내 짝 이름을 썼다.
선생님은 욕을 쓴 종이 쪽지를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셨다.
아이들이 집에 간 뒤 난 쓰레기통 속 내 종이 쪽지를 다시 꺼내 왔다.
[출처] <시와 동화> 201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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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랑게의 집
정진숙
질척거리는 갯벌에 살아 구멍만 뚫으면 집이 되는데도 어렵게 개흙 쌓아올려 탑집 짓는 세스랑게.
밀물에 무너지면 썰물에 다시 짓고 물들고 나는 대로 왜 또 짓고 짓나 했더니,
꼭대기에 뚫어놓은 구멍보고 알았어요 그냥 집이 아니라 하늘 향해 쌓아올리는 첨성대라는 걸.
진흙밭에 살아도 흙덩이 되지 않으려고 마음은 하늘에 걸어놓고 별 보고 사는 거였어요.
[출처] <어린이책이야기> 201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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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줌마
정진아
새로 이사 온 옆집 아줌마는 ‘마법사’라고 민호가 말해줬다 듣고 보니 신기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줌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납작납작 제비꽃이 돋았다.
아줌마가 끓여온 쑥국에 입맛 잃은 울 할머니, 기운 차렸다.
집 없는 고양이랑 강아지들 아줌마네 집에 와서 밥 먹고 간다.
우리 옆집에는 마법사가 산다 이히히히히 신난다 나도 마법사가 된 것처럼 신난다.
[출처] <아동문학평론> 201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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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공장 찾아라
배정순
시끄러운 소리 - 없어요
오염물질 - 없어요
굴뚝의 연기 - 없어요
무슨 공장이죠? - 숲속 나무들의 광합성공장
[출처] <아동문예> 2012.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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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김미혜
반딧불이 애벌레 숨으나마나죠. 풀밭에 납작 엎드렸어도 반 짝 반 짝 깜 빡 깜 빡 궁둥이로 빛을 뿜으니까 숨으나마나죠.
반딧불이 애벌레 숨으나마나죠. 반딧불이 애벌레 찾으려고 반 짝 반 짝 깜 빡 깜 빡 우리 눈빛 꺼지지 않으니까 숨으나마나죠.
[출처] <어린이와 문화> 2011.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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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 글 읽기
서금복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집 근처 텃밭으로 갑니다 고구마밭, 콩밭, 부추밭, 상추밭… 봄부터 글자를 깨친 밭은 초록색 글씨를 빼곡하게 써놨습니다.
틀린 글자도 수두룩합니다 잡초를 수북히 키웠습니다
아버지는 밭둑의 글을 읽으면서 쇠스랑으로 틀린 글자를 북북 걷어냅니다 어머니는 차근차근 읽으며 틀린 글자를 하나하나 뽑아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밭이 써놓은 글을 소설처럼 읽고 있는데 나는 밭이 쓴 글 읽기 싫어서 틀린 글자 몇 개 뽑고 밭 근처만 빙빙 맴돕니다.
[출처] <오늘의 동시문학> 201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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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좋은 동시 10편’ 선정 이렇게 했다
2012년 동시 총결산을, 예년과 같이 2012년의 좋은 동시를 뽑아 그 흐름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고 선정했다. 선정 자료는 아동문학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 종합지 성격의 월간(2011년 11월호~2012년 10월호), 격월간, 계간(2011년 겨울호~2012년 가을호)지 8종에 실린 동시에 국한했다. 선정은 예심위원 한 명이 한 두 매체씩 맡아 각각 좋은 동시를 뽑았다. 그 결과 1차로 47편이 선정되었다. 이들 예심 통과작 47편을 놓고 본심 선정위원들은 ‘올해의 좋은 동시’도 작년과 같이 10편을 고르기로 합의했다. 먼저 작품을 윤독하고, 각각 10편씩 추천을 했다. 그것을 집계한 결과 4표를 받은 작품이 1편(신현득, ‘개구멍 해야 할 일’), 3표를 받은 작품이 1편(김종상, ‘풀씨와 거미줄’)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2표를 받은 작품으로 8편이었다. 집계 결과 2표 이상 받은 작품이 절묘하게도 딱 10편이어서, 그 10편이 그대로 올해의 좋은 동시로 선정되었다. 주최측에서 “심사위원들이 귀신이 모였다.“고 말해 한바탕 웃었다.
* 대상 아동문학지 = <아동문학평론> <아동문예> <시와 동화> <오늘의 동시문학> <열린아동문학> <어린이와 문학> <창비어린이> <어린이책이야기>
* 예심 = 강지인, 서금복, 신기옥, 신새별, 오한나, 정은미, 정진아, 조영수 * 본심 = 문삼석(위원장), 정용원, 신현배,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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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김륭) ․땟자국 검사(유미희) ․숲(박선미) ․햇빛의 마음(하청호) ․모범공장 찾아라(배정순) ․세스랑게의 집(정진숙) ․옆집 아줌마(정진아) ․느린 세탁소(이수) ․주말농장 글 읽기(서금복) ․달(김춘남) ․달무리․3(김에순) ․꼬리별(황베드로) ․바다 울타리(서재환) ․욕 버리기(이화주) ․그러지 마(문성란) ․풀씨와 거미줄(김종상) ․사람들만(김미라) ․그런 거였구나!(강지인) ․노래(박두순) ․가을 산(전병호) ․빗방울(이묘신) ․까치네 주소(박승우) ․구름 먹기(오한나) ․파도와 모래(곽해룡) ․밤하늘(오인태) ․외딴 길(오지연) ․반쪽달(권영상) ․누구도 없으면 안 돼(문삼석) ․달(이화주) ․ㅎ(히읗)(유희윤) ․1등(박두순) ․별이 빛나는 밤에(김미혜) ․1학년 멧돼지(김은영) ․낙엽․1(박행신) ․태어난 날에(하지혜) ․씨 밥(최진) ․호수처럼(정은미) ․사람우산(박두순) ․모두 골똘히(이준관) ․개구멍 해야 할 일(신현득) ․먼저 갈게요(이상현) ․별(강휘생) ․담쟁이덩굴은(차영미) ․죽는다는 것(이성자) ․온 논이(박소명) ․귓속말(노원호) ․햇볕 사용료(김재순)(무순) <오늘의 동시문학> 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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