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여름 낙조 / 송수권

moon향 2013. 8. 9. 16:02

여름 낙조 - 송수권

 

왜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

나는 지금 만 권의 책을 쌓아놓고 글을 읽는다

만 권의 책, 파도가 와서 핥고 핥는 절벽의 단애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나의 전 재산을 다 털어도 사지 못할 만 권의 책

오늘은 내가 쓴 초라한 저서 몇 권을 불지르고

이 바다에 재를 날린다

켜켜이 쌓은 책 속에 무일푼 좀벌레처럼

세들어 산다

 

왜 채석강변에 사느냐 묻지 말아라

고통에 찬 나의 신음 하늘에 닿았다 한들

끼룩끼룩 울며 서해를 날으는 저 변산 갈매기만큼이야 하겠느냐

물 썬 다음 저 뻘밭에 피는 물잎새들만큼이야

자욱하겠느냐

그대여, 서해에 와서 지는 낙조를 보고 울기 전에

왜 나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