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소."
엄마 아빠가 드디어 화를 풀었다.
코훌쩍이 동생이 '팽~'
코를 풀었다.
그 소리 듣고 나는
저녁내 씨름하던 수학 문제를 쓱쓱 풀었다.
티브이를 켜니
내일은 날이 풀리겠습니다, 한다.
암,
풀려야지.
우리 네 식구가 이렇게 열심히
풀었는데.
-
- /송윤혜
엄마 아빠가 다투고 말도 안 하며 지내고 있을 때 얼마나 불안했을까. 코훌쩍이 동생은 내내 코를 훌쩍이며 다녔을 것이다. 더러는 코를 훌쩍이며 울먹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엄마 아빠 생각에 문제가 풀리지 않아서 저녁내 수학 문제와 씨름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드디어 화를 풀었다. 화가 풀리자 동생도 드디어 코를 시원하게 '팽~' 풀었다. 나도 드디어 수학 문제를 쓱쓱 단숨에 풀었다. 그러자 티브이에서도 내일은 날이 풀리겠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한다. 네 식구가 열심히 문제를 풀려고 힘쓴 결과이다. 세상 일이 모두 이렇게 '풀고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한 발짝 양보하고 물러서면 세상에 풀지 못할 일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