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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 이육사

moon향 2014. 7. 8. 10:15

 

 

  황혼(黃昏)

                           - 이육사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黃昏)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人間)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十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鐘)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쎄멘트 장판 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 가지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 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 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五月)의 골ㅅ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黃昏)아 내일(來日)도 또 저― 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져간 시내ㅅ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Everybody Hurts by R.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