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오정희

< 돼지꿈 > - 오정희

 

 

                                                                                                                                                                                                 

   큰 작가 오정희, 그녀는 한 송이 꽃이길 바랐으나 속절없이 드세져버린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바치는 인생우화를 썼다. < 돼지꿈 > 이라는 단편소설집으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이기도 하다. 총 25편의 단편소설이 네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몹쓸 사랑의 노래, 마흔에 다시 쓰는 일기, 이 웬수 같은 나의 가족, 세상이라는 놀이터에서! 이 재밌는 목차에서부터 그녀의 글을 읽고자 하는 욕구가 솟았다. 단 한 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작품들이다.

 

   작품 속의 오브제들은 모두 생활 속에서 추출해낸 것이면서도 각각 독특하다. 예상치 못한 결말을 가져다주는 506호 여자, 한낮의 산책, 돼지꿈! 눈물샘을 푹푹 자극하는 가을여행, 나는 누구일까, 부부, 소음공해, 색동저고리, 은점이! 집에 도둑이 든 것조차 재치 있게 넘기는 한밤의 불청객 등등 출퇴근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술술 읽기에 부담 없는 책으로 권한다. < 돼지꿈 > 을 여는 작가의 말이 내겐 너무 감동적이라서 아래에 필사해본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이 한때의 기대와 열정을 조금씩 포기하고 생활이라는 괴물과 타협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비감하고 서글픈 일이다. 애초에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평범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의 한 겹 안쪽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실핏줄처럼 섬세하고 복잡하게 얽힌 기쁨, 열망, 사랑, 슬픔, 분노 등이 삶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우리네 인생이란 이 같은 추상적 단면들이 이루는 무늬의 연속이리라. 하지만 이 같은 추상적 단면들이 이루는 무늬의 연속이리라. 하지만 어느 한 순간 찾아오는 섬뜩한 삶의 진실이 반드시 비애를 동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누구든 그 애환이나 일렁이는 마음의 무늬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공감이 생의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틈틈이 써왔던 이 짧은 소설들을 읽으며 도리 없이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씁쓸한 웃음이 배어 나오기도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일이 흥미롭기도 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또한 자신들의 마음을 흔들고 지나간 남모를 파문이나 무늬들, 인생살이의 공통된 정서를 발견하고 함께 웃거나 혹은 위안을 얻는다면 쓴 사람으로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2008년 10월 춘천에서 오정희“

 

 

   그녀는 1947년 서울 출생이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 완구점 여인 > 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상문학상을 시작으로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2003년에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 새 Vögel>로 리베라투르상(Liberaturpreis)을 수상하기도 했다. 멋진 글을 거침없이 쭉쭉 써내려가는 그녀의 필체를 나도 닮고 싶다. 그녀에게 큰 하트를 보낸다,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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