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 백 석 & 형 도

白夜 - 기형도

moon향 2014. 8. 1. 00:51

 

  白夜

                                   - 기형도



  눈이 그친다.
  仁川집 흐린 유리창에 불이 꺼지고
  낮은 지붕들 사이에 끼인
  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넓이로 바람은
  손쉽게 더러운 담벼락을 포장하고
  싸락눈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오른다.
  흠집투성이 흑백의 字幕 속을
  한 사내가 천천히 걷고 있다.
  무슨 農具처럼 굽은 손가락들, 어디선가 빠뜨려버린
  몇 병의 취기를 기억해내며 사내는
  문 닫힌 商會 앞에서 마지막 담배와 헤어진다.
  빈 골목은 펼쳐진 담요처럼 쓸쓸한데
  싸락눈 낮은 촉광 위로 길게 흔들리는
  기침 소리 몇. 검게 얼어붙은 간판 밑을 지나
  휘적휘적 사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밤,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
  꽝꽝 빛나는, 이 무서운 白夜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눈길을 만들며
  軍用 파카 속에서 칭얼거리는 어린 아들을 업은 채

 


 - 문학과지성사 <입 속의 검은 잎>중에서

 

 

 Sanguzzu Miu / Carmelo Zappu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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