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탈 - 송기흥
하회에서 사온 탈바가지 하나 본다
무슨 좋은 일 있어 합죽 입을 벌리고
만면 가득 산골 물골을 잡아당겨
걸판진 춤사위의 정점에라도 이르렀나
저때쯤 깨금발에 덩실! 온 천지가 그만
위아래 없는 경지로 보름달처럼 솟았겠다
비지땀 달라붙는 속옷을 떼어내며
집인지 지옥인지 내 몸 누일 곳 찾아온 나
넥타이도 풀지 않고 주저앉아, 벽에 걸린
저 파안의 탈이라도 한 번 써볼까 얼쑤!
누구도 나를 어찌하지 못했고, 나도 나를
그랬다 인간의 탈을 쓰고 나는 '나'의
시늉만 해온 것은 아닌지 거울을 보면
나는 없고 누군가의 손이 스쳐간
빗살무늬, 조각도의 자국들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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