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먹는 저녁
- 원무현
대처에 나간 자식들 모여서
방금 쪄낸 감자를 먹는다
둥글둥글 실한 수확물이 김을 뿜어낸다
척박한 땅이지만
올망졸망 어린 것들
더우나 추우나 내 몸인 듯 건사한
흙의 뜨거운 호흡이 백열등 불빛 아래서 꿈틀거린다
어머니가 치마를 끌어내려
정맥이 불거진 야윈 종아리를 감추는 이 저녁이 지나면
우리는 어머니의 감자밭을 밟으며 돌아가야 한다
잠시 호미를 놓고 온 너와 나의 논밭으로 가야 한다.
- <홍어> 한국문연, 200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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