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감자를 먹는 저녁 - 원무현

moon향 2014. 8. 21. 11:46

감자를 먹는 저녁

                           - 원무현

 

 

대처에 나간 자식들 모여서

방금 쪄낸 감자를 먹는다

둥글둥글 실한 수확물이 김을 뿜어낸다

척박한 땅이지만

올망졸망 어린 것들

더우나 추우나 내 몸인 듯 건사한

흙의 뜨거운 호흡이 백열등 불빛 아래서 꿈틀거린다

어머니가 치마를 끌어내려

정맥이 불거진 야윈 종아리를 감추는 이 저녁이 지나면

우리는 어머니의 감자밭을 밟으며 돌아가야 한다

잠시 호미를 놓고 온 너와 나의 논밭으로 가야 한다.


- <홍어> 한국문연, 200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