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거룩한 식사 - 황지우

moon향 2014. 6. 15. 20:09

 

 

    거룩한 식사

 

 

                        -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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