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의 소유권
밤 11시 넘어 반지하 철문을 연다. 보증금 천에 월세 사십의 집주인은 냄새다. 11년째 바뀐 적 없는 이 집의 주인이 되어보려고, 미장이며 방수 전문가까지 불러봤으나, 냄새는 도무지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오히려 냄새는 두 딸과 아들과 아내와 나를 여지없이 불러들였다.
다섯은 골방에 틀어박혀 서로에게 자유를 배려했다. 이곳에서는 늘 같은 일만 반복되므로, 대화 따위로 서로 시간을 빼앗지 않았다.
둘째가 개인 수건 일곱 장을 달라며 투덜거렸다. 레인보우하이펠리스에 사는 친구를 따라 층운이 다른 구름 냄새를 묻혀온 날이었다.
첫째가 그 구름을 찾아나섰다. 남아 있는 넷이 며칠간 불안해한 것은 평소와 다른 냄새 때문이었다.
가출에서 돌아온 첫째가 수건에 얼굴을 묻고 질기게도 울었다. 수건 한 장을 같이 사용하던 넷은 믿었다, 첫째가 돌아온 이유가 수건 냄새 때문이라고.
다시 다섯의 얼굴 냄새를 발효하는 수건 한 장이 깃발처럼 걸렸다. 집안은 예전처럼 지워지지 않는 냄새로 평화로워졌다. 다섯이란 말이 우리로 바뀌었을 뿐이다.
- 차주일 시집 <냄새의 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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