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 백 석 & 형 도

대학시절 - 기형도

moon향 2014. 6. 17. 15:38

     
    대학 시절 
       
                -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왔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 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