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 백 석 & 형 도

오래된 서적(書籍) - 기형도

moon향 2014. 6. 18. 15:21

  

   오래된 서적(書籍)

 

                  

                                  -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들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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