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리 고....♡/문 화 계 소 식

도종환 - 목원대 특강

moon향 2014. 12. 18. 10:49

 

 

 

도종환 시인, 목원대 '르네상스 교양특강'에서 삶과 문학 풀어놔
 
 

[디트뉴스24=임연희기자]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 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줄 것이다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 시에서 다섯시 사이.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전문>


'접시꽃 당신'의 시인이자 민주당 국회의원인 도종환 시인이 13일 목원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과 문학을 이야기했다. 도 시인은 목원대 교양교육원(원장 조은숙)이 명사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르네상스 교양특강'의 첫 강사로 목원대를 방문해 자신을 '들국화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011년 출간한 열 번째 시집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와 같은 제목의 시를 직접 낭송하며 "인생을 시간에 비유한다면 뜨겁게 살아온 30대인 낮 12시에서 1시 사이를 지나 지금 내 인생은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80년 광주민주항쟁 당시 군인 신분으로 언덕에서 총을 겨누며 시민군이 다가오기를 기다린 경험 이후 시대와 정면으로 맞서며 뜨거운 30~40대를 보냈다. ‘분단시대'동인 결성과 민족문학운동, 부인의 죽음, 해직 교사와 구속, 복직 등을 겪으며 심신의 피로로 쓰러진 뒤 교직을 그만두고 속리산에서 칩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굴곡진 시간들을 견뎌낸 도 시인은 "나를 일으켜 세운 힘은 좌절"이라며 학생들에게 "여러분의 인생은 이제 막 오전 9시를 지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때이니 소중한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라"고 당부했다.'시와 인문학'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도 시인은 시종 자신의 시와 인생을 함께 이야기했는데 어려운 가정형편과 방황하던 청소년기, 돈이 없어 미대 진학 대신 국립대 사범대를 택한 아픔 등을 진솔하게 풀어놨다. 도 시인은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며 "나처럼 인생의 전반기가 힘들고 어려운 사람도 있을 테지만 주어진 숙명을 인정하고 운명을 개척해 열심히 산다면 우리에게 어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신만이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중략>"로 시작하는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인용해 꽃과 인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꽃은 누가 먼저 피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늦게 피더라도 얼마나 아름답게 피었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려는 노력을 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한 도 시인은 "인생도 꽃과 같아 늦게 피어난다고 절망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고 노력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을 ‘들국화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도 시인은 "이름 없는 산과 들 어디든 보는 사람 없어도 묵묵히 꽃을 피우는 게 들국화인데 이처럼 산비탈에 핀 꽃도 황량한 비탈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바꾼다는 데서 절대 그냥 피어나는 꽃은 없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도 시인의 특강에는 500여명의 학생과 교수, 일반인들이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 한편 목원대는 도 시인의 첫 강연을 시작으로 격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채플에서 진행되는 '르네상스 교양특강'에 고승덕 변호사와 포스코 최종태 원장, 이주향 교수, 최형빈 대전시민천문대 대장, 정재은 영화감독 등을 초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