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말을 더듬거렸다 / 이성부
산이 땅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산을 일구며 올라간다
이 산을 따라가는 내 발걸음도
갈수록 무거워 나는 내가 버겁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손쉽게 오지 않는 법이다
그럴듯한 수사나 바람둥이 같은
매끄러움 부려도 오지 않는다
이 산을 가운데 두고
이쪽 저쪽 사람들 서로 서먹서먹했다
마음을 열지 못했다
나지막한 고개가 뚫리면서부터
사랑도 오고 갔으나 말을 더듬거렸다
그래서 눌의산이 되었음일까
지금은 이 산기슭으로 철도가 지나가고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국도와 옛 길도 나란히 달린다
오랜 어려움 끝에 오는
아름다운 사람이 이리 너그럽고
이리 편안하다
문학사상 / 2005.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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