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동 시 ♬ 좋 아

살구꽃 향기 - 유금옥

moon향 2015. 4. 23. 15:58

2011조선일보 동시 당선작

 

 

살구꽃 향기

민지는 신체장애 3급입니다
순희는 지적장애 2급입니다
우리 반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정상입니다

민지가 바지에 똥을 싸면
순희가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똥 덩어리를 치우고 닦아 줍니다

다른 친구들이 코를 막고
교실에서 킥킥 웃을 때

순희가 민지를 업고
가늘고 긴- 복도를 걸어올 때

유리창 밖 살구나무가
얼른, 꽃향기를 뿌려줍니다

살구나무도 신체장애 1급입니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이 달려와
꽃 피우는 걸 도와주었습니다

 

 

[심사평] 동심의 향기가 가슴에 남는 작품

전반적으로 동심적인 발상을 바탕으로 동심과 시적 표현을 조화시키려고 한 작품이 늘어나서 반가웠다. 반면에 너무 산문적이고 설명적이거나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나열해 놓은 작품이 많아서 아쉬웠다. 간결하고 선명하면서도 동심을 잘 살린 작품이 드물었다. 최종적으로 정지훈 변은경 김혜원 이수경 이종임 유금옥의 작품을 집중 검토했다

정지훈의 ‘불장난’은 현란한 표현이 돋보였지만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산문적이었다.

변은경의 ‘방학 중’은 의인화 기법을 잘 살렸으나 밋밋하고 평범했다. 김혜원의 ‘해시계’는 발상이 신선했지만 다른 작품들이 너무 설명적이었다. 이수경의 ‘피었네’는 간결하고 리듬을 잘 살렸지만 다른 작품들이 너무 처져서 역량이 미덥지 않았다. 이종임의 ‘산들래초등학교 3학년 5반’은 한 편의 짧은 동화를 읽는 것처럼 상큼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기존 동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상과 표현이라서 마음에 걸렸다.

유금옥은 시의 기본기가 탄탄하고 동시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어 역량에 신뢰가 갔다.

‘살구꽃 향기’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살구나무가 서로를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따스한 동심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그려냈다. 선명하고 간결한 묘사로 사랑의 동심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솜씨가 돋보였다. 특히 후반부의 절묘한 동심적 발상과 표현이 단연 빛났다. 동심과 시심이 잘 조화를 이룬, 동심의 향기가 오래 가슴에 남는 좋은 작품이었다. 탈락한 응모자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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