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정리- 세드릭 빌라니 >이세진 임선희 옮김/320쪽·1만6000원·해나무
佛수학자 빌라니의 자전에세이
저는 프랑스 리옹대 교수이자 앙리 푸앵카레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수학자입니다.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 살이던 2010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상을 수상했죠.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정말 영예로운 상입니다. 저는 2008년 3월 동료 수학자인 클레망 무오와 함께 ‘비균질적인 볼츠만 방정식의 정칙성(Regularity) 문제’에 뛰어들어 1년 9개월 뒤인 2009년 12월에 ‘무오-세드릭 정리’를 완성시켰습니다. 이 정리를 통해 러시아 물리학자이자 196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레프 다비도비치 란다우가 제시한 ‘란다우 감쇠(減衰)’를 수학적으로 입증해 냈습니다.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기 힘드실 텐데요. 모르셔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같은 수학자끼리도 분야가 다르면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필즈상을 받은 뒤 저에겐 인터뷰가 쏟아졌는데 대략 ‘어떻게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됐냐’ ‘왜 프랑스인들이 수학에 뛰어난가’(2010년 현재 53명의 필즈상 수상자 중 11명이 프랑스인) ‘최고의 수학자로 인정받았는데 어디서 연구의 원동력을 찾느냐’ ‘당신은 천재냐’ ‘당신의 거미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라는 질문이 계속 나오더군요.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책 제목인 ‘살아있는 정리(定理)’는 제가 만든 제 별명입니다. 이 책에서 저를 아주 오래전부터 사로잡았던 악마(볼츠만 방정식)에 도전하기 시작해 필즈상을 타고 수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술지 ‘악타 마테마티카’에 관련 논문이 실리기까지의 과정을 다뤘습니다.
‘수학자는 아마 존재하지도 않을 검은 고양이를 찾아 어두운 방을 더듬거리는 장님이다’라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처음엔 정말 깜깜한 상태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가냘픈 빛을 보면서 낙천적 희망을 버리지 않았죠. 란다우 감쇠는 히드라(머리 하나를 자르면 두 개가 생겨나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처럼 수많은 좌절을 안겨줬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은 싸우지 않고 이겨내리라’라는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구를 반복하면서 말입니다.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에겐 실크 스카프와 거미 브로치가 트레이드마크다. 브로치는 프랑스 리옹의 한 공방에 직접 주문해 만든다. 그가 좋아한다는 프랑스 가수 카트린 리베이로의 ‘축제의 날’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겠다. 항상 커다란 스카프 리본에 거미 브로치를 다는 독특한 패션 감각 때문에 저를 괴짜로 여기는 분이 많지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잠을 재우기 위해 동화를 읽어주고, 좋아하는 프랑스 록그룹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마다하지 않고, 닐 게이먼의 소설을 프랑스어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구해 읽으며, 프랑스 치즈를 탐닉하는 평범남이에요.
책의 3분의 1 정도는 난해한 수학 용어와 공식 때문에 아마 읽기가 쉽지 않으실 거예요. 하지만 나머지 3분의 2만 해도 읽을 가치가 있답니다. 제 일상의 삶과 생각, 그리고 저명한 수학자들의 연구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다양하게 보여 드리거든요.
8월 13일부터 신령한 호랑이의 나라 한국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리는데 제가 강연자 중 한 명입니다. 제가 출연한 영화 ‘왜 나는 수학을 싫어했는가’를 같이 보고 여러분과 직접 대화를 나눌 예정인데요, 수학엔 젬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꼭 와 보세요.
※추신-수학자 54명의 에세이를 담은 ‘수학자들’(궁리), 수학과 인문학을 결합한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한국문학사)도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합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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