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詩 詩 詩.....♡ > 떠 오 르 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숨을 걸고 - 이광웅 (0) | 2015.05.12 |
---|---|
늙는 것의 서러움 - 마광수 (0) | 2015.05.06 |
달팽이 - 김사인 (0) | 2015.05.03 |
오, 바틀비 - 김소연 (0) | 2015.04.28 |
공 속의 허공 - 최필녀 (0) | 2015.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