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修羅)
-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서지도 못한 무적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한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라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詩 詩 詩.....♡ > 백 석 & 형 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등(無等)에 가기 위하여 - 기형도 (0) | 2014.10.24 |
---|---|
어느 푸른 저녁 - 기형도 (0) | 2014.10.19 |
고향 - 백석 (0) | 2014.09.12 |
메돼지 - 백석 (0) | 2014.09.10 |
노루 - 백석 (0) | 2014.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