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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박예분의 세 번째 동시집 [안녕, 햄스터]

moon향 2015. 3. 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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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예분 ? 그린이 서숙희

 

판형 국판(152*210) ? 쪽수 112쪽

출간일 2015년 2월 11일 ? 9,500원 ? 십진분류 800

ISBN 978-89-97335-49-7 (74810) ? 대상 초등학교 전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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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깊어지는 사랑의 노래들

 

박예분 시인은 2003년 『아동문예』와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전북아동문학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하는 등 여러 차례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를 비롯해 다양한 아동서적을 출간하였다. 청개구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안녕, 햄스터』는 박예분 동시인의 더욱 탄탄해진 시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신작 동시집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햄스터가 우산을 쓰고 하늘을 날면서 지상에 있는 두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아이들도 화답하듯 햄스터를 향해 손을 흔든다. 동시집 제목처럼 “안녕, 햄스터!”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작 표제작인 「안녕, 햄스터」를 읽어보면 표지에서 느껴진 경쾌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18개월 동안 함께 살았어

잘 가라고, 인사도 못 해 더 눈물이 나

모과나무 아래 곱게 묻어 주고

돌아서는데 누나도 나도 엉엉

눈물 콧물 훔쳤어

햄스터가 아픈 것도 모르고

밤새 혼자 끙끙 앓게 한 것이

학원 다니기 바쁘다고

방학 때 많이 놀아 주지 못한 것이

너무너무 미안해서.

                                                   ―「안녕, 햄스터」 전문

 

「안녕, 햄스터」에서의 ‘안녕’은 첫인사가 아니라 잘 가라는 끝인사였다. 죽은 햄스터를 모과나무 아래에 묻어 주고 이별을 실감하는 데에서 나오는 인사인 셈이다. 박예분 동시인은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을 시인의 말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동시집의 제목 『안녕, 햄스터』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학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갑작스런 햄스터의 죽음으로 아이들이 너무나 슬퍼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남매가 모과나무 아래에 묻어 준 햄스터를 동시로 길어 올렸습니다. 햄스터가 아이들 가슴에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습니다.

 

 

박예분 시인은 “햄스터가 아픈 것도 모르고 밤새 혼자 끙끙 앓게 한 것”과 “학원 다니기 바쁘다고 방학 때 많이 놀아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 아이들을 떠올리며 「안녕, 햄스터」를 창작한 것이다. 언제나 옆에 있는 것이 익숙했던 햄스터였지만, 떠나보내고 나니 더 많은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잘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햄스터와 두 남매가 함께 보낸 18개월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작품이다.

 

 시를 읽고 다시 그림을 보면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든지, 구름 위에 있는 집, 그리고 햄스터 등에 달린 하얀 날개가 그렇다. 햄스터는 죽었지만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버린 게 아니다. 등에 달린 날개와 손에 달린 우산은 저 멀리 구름 위에 지어진 예쁜 집으로 햄스터를 데려가 줄 것이다. 햄스터는 그동안 고마웠다며 남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햄스터에게 용서를 구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아이들 더는 울지 않는다. “안녕, 햄스터야!” 하고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던 햄스터처럼, 늘 신고 다니던 신발도 가까운 존재이긴 마찬가지다. 「나랑 빨리 친해지라고」를 읽으면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 깃든 따스함이 물씬 묻어난다.

  

새 운동화 옆에

헌 운동화 나란히 놓였습니다

 

헌 운동화는 밤늦도록

새 운동화에게 이야기합니다

 

비 오는 날

 놀이터에선 물웅덩이 조심하고

문방구에 가면

게임기 앞에 쪼그려 앉지 말고

심부름 갈 땐

신호등 없는 찻길 꼭 조심하고

 

헌 운동화는

그동안 나랑 함께 걸었던 길을

새 운동화에게 들려주느라

바쁩니다. 

                              ―「나랑 빨리 친해지라고」 전문 

 

한동안 어린 화자와 함께 이곳저곳을 누볐던 운동화는 그 세월만큼이나 낡아 버렸다. 이곳저곳 찢어지고 닳은 운동화와는 이제 작별할 시간이 된 것이다. 어쩌면 그새 또 발이 자라 작아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로 산 운동화를 사 신발장에 두었더니, 헌 운동화가 새 운동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도란도란 들려온다. 이제 곧, 어쩌면 내일 당장이라도 버려질지 모르는 헌 운동화는 새 운동화를 시기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그저 “밤늦도록 새 운동화에게 이야기”를 한다. 비 오는 날 놀이터에선 물웅덩이를 조심하라거나, 문방구에 가면 게임기 앞에 쪼그려 앉아 있지 말고, 심부름을 할 때는 신호등 없는 찻길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들은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염려 섞인 당부로 들리기까지 한다. 그냥 물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운동화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쌓인 정과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생각해보면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거쳐 간 물건들은 그 아이와 얼마나 많은 걸 공유하고 있을까? 하물며 사물이 아닌 사람은 어떠할까? 이처럼 『안녕, 햄스터』는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 속에서 스스로가 얼마나 큰 사랑과 도움을 받고 있는지 되새길 수 있는 동시집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된 아이들이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다른 이들에게 사랑으로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수록작품 

 

제1부 나랑 빨리 친해지라고

친구네 집 찾아가는 길 / 나랑 빨리 친해지라고 / 꽃망울 / 어떻게 말할까 / 따뜻한 손

딱 한 사람 / 단짝 / 수돗물 / 강아지와 감나무 / 노란 안경 쓴 원숭이 / 어떤 친구일까

 

제2부 안녕, 햄스터

걱정 마 / 우리 집 수탉 / 그런데 칭찬 / 말밥 / 엄마니까 / 바람 쐬는 길

가슴지느러미 가족 / 꼼지락 톡톡 / 추임새 / 엄마 생일 / 안녕, 햄스터 / 맛있는 잠

껍질 / 그리고 편지 / 억새 할무이 / 사탕 할아버지 / 꽃불

 

제3부 이슬이나 깨면

조각자나무 / 이게 뭘까? / 모내기 전에 / 학꽁치 / 겨울 허수아비 / 2월이 3월에게

커다란 나무 / 마루에 누워 / 연밥 샤워기 / 봄꽃 축제 / 겨울바람 / 이슬이나 깨면 / 파꽃

 

제4부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끄떡없단다 / 비 마중 / 향기 / 신라 천년의 빛 /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유령 도서관 / 강아지 목줄 / 눈 오는 밤 / 내버려 둬 / 눈치 빠른 녀석 / 생각 차이

돈 드는 일도 아니잖아 / 세월호 이야기 / 누가 살까 / 시인이 되고 싶은 엄마

 

--- 작가의 말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쩌다 낯선 사람이 마당에 들어서면 있는 힘을 다해 짖어 댑니다. 말 못 하는 강아지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주인을 지켜 주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람들이 짖지 말라고 강아지를 혼내면 저는 그냥 “내버려 둬”라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사료 한 줌씩 얻어먹고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밥값’ 하는 거라고 덧붙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제대로 밥값을 하고 사는지’ 되돌아봅니다. 우리 집 강아지처럼 세상 사람들이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일에 성실하게 책임을 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지난해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자기 위치에서 ‘밥값’ 잘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저도 역시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 주고 만져 주는 좋은 동시를 써서 영양가 좋은 동시밥상을 차려 주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시값’ 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박예분

 

--- 추천의 말 

 

박예분 시인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시인의 눈’을 갖고 있고 남보다 더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시인의 눈으로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이나 사물들과 생활 속의 일들에서 특별한 시적 의미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꽃과 나무에도 따스한 사랑의 눈길을 보내어 아름다운 사랑의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 보여 줍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동시집 『안녕, 햄스터』를 읽고 생각이 깊어지고 사랑의 마음 또한 더욱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준관(동시인)

 

 

작가 소개 

 

글쓴이_박예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전주에 살고 있습니다. 2003년 『아동문예』에 동시 「하늘의 별 따기」 외 1편이,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솟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전북아동문학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했으며, 학교 및 도서관, 문학관 등에서 문학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낸 책으로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엄마의 지갑에는』, 동화책 『이야기 할머니』, 역사논픽션 『뿔난 바다』, 그림책 『피아골 아기 고래』 외 다수가 있으며 초등글쓰기 교재 『글 잘 쓰는 반딧불이』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린이_서숙희

 

계원조형예술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지금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치즈는 그냥 쥐가 아니야』 『빨간모자』 『비밀편지』 『설문대할망』 『거인의 정원』 『버스 탄 꽃게』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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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밥값, 시값 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 

 

동시밥을 먹고 살아온 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새로운 그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시밥 속에는 동심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믿고 생각하고 말하고 때론 엉뚱하게 표현하고 싶은 어린이들의 마음이지요. 동시는 아프면 아프다 말하고, 기쁘면 기쁘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말할 줄 아는 동심의 세계를 시로 지은 밥입니다.

동시집의 제목「안녕, 햄스터」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학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갑작스런 햄스터의 죽음으로 아이들이 너무나 슬퍼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남매가 모과나무 아래에 묻어 준 햄스터를 동시로 길어 올렸습니다. 햄스터가 아이들 가슴에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18개월 동안 함께 살았던 햄스터를 잃고 아이들이 슬퍼하듯, 18년 동안 사랑으로 키운 귀한 자식들을 차디찬 바다에서 잃어버린 부모들은 심장이 멎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두 손 모읍니다.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쩌다 낯선 사람이 마당에 들어서면 있는 힘을 다해 짖어댑니다. 말 못하는 강아지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주인을 지켜주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람들이 짖지 말라고 강아지를 혼내면 저는 그냥 “내버려 둬”라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사료 한줌씩 얻어먹고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밥값’하는 거라고 덧붙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제대로 밥값을 하고 사는지’ 되돌아봅니다. 우리 집 강아지처럼 세상 사람들이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일에 성실하게 책임을 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지난해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자기 위치에서 ‘밥값’ 잘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저도 역시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만져주는 좋은 동시를 써서 영양가 좋은 동시밥상을 차려주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시값’ 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동시집『안녕, 햄스터』말미에 어린 독자들을 배려하여 쉽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깊은 사랑의 마음으로 해설을 써 주신 이준관 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리며, 동시의 매력에 푹 빠져서 십여 년 넘게 동시로 동심을 나누어 온 ‘동시읽는모임 전북지부’ 회원들께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어린이들은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로 마음을 나누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꽁꽁 언 땅에 새 잎 움트는 봄을 기다리며

박예분

-------------------------------------------------------------------------------------------------------------------------​동시집 해설

사랑과 평화로 가득한 동심의 세계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

 

1.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어떤 사람이기에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그것을 아름다운 시로 쓰는 것일까요? 시인은 보통 사람과 다른 특별한 사람입니다. 시인은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시인의 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인은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는 흔한 일에서 아름다운 생각을 떠올리고 깊은 의미를 찾아냅니다. 그런 면에서 시인은 특별한 사람이지요.

시인이 특별한 것은 또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나무와 새와 꽃을 사랑하고 작은 곤충 한 마리도 자신의 생명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이런 ‘시인의 눈’과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는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박예분 시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습니다. 첫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는 우수문학도서로 추천이 되었고, 두 번째 동시집 『엄마의 지갑에는』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창작기금을 받아서 펴냈습니다. 이번에 출간하는 세 번째 동시집 『안녕, 햄스터』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런 박예분 시인을 우리가 좋은 시인, 특별한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시인의 눈’과 남보다 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2.

박예분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라고 부를 만큼 한결같이 따뜻한 사랑의 세계를 노래했습니다.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와 『엄마의 지갑에는』에서 엄마가 물들여주는 봉숭아 꽃물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사랑의 빛깔로 물들여주는 시를 썼습니다. 이번 동시집에도 사랑을 노래한 시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이 더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친구, 동물에까지 사랑의 마음이 넓고 깊게 닿아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실주의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그 감자가 정말로 진짜임을 보이기 위하여 흙이 잔뜩 묻은 것을 그대로 가져 오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깨끗하게 씻은 감자를 보고도 그것을 진짜 감자로 인정하려는 사람이다. 나는 이 둘 중에서 후자를 택하고 싶다. 예술의 사명은 인생을 정화시켜 주는 것으로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박예분 시인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처럼 우리에게 ‘깨끗하게 씻은 감자 같은 시’를 보여줍니다. 어머니가 흙이 잔뜩 묻은 감자를 맑은 물에 씻고 또 씻어서 맛있는 감자로 쪄주듯 우리에게 맑고 깨끗하고 맛깔 나는 시를 줍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켜줍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쪄 주는 감자에 담겨있는 따스한 사랑의 손길을 느끼게 해 줍니다.

 

3.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사랑, 친구의 사랑, 이웃들의 사랑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믿고 이해하고 아껴준다는 뜻입니다.

 

내가 젠투펭귄이랑 악수했다 말해도

친구들은 믿지 않았어

 

혹등고래랑 바다를 누볐다 말해도

절대로 믿지 않았어

 

물개랑 입 맞추며 놀았다 말해도

도무지 믿지 않았어

 

그런데 딱 한 사람

그 친구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그 친구가 우주에서 왔다고 했을 때

나도 그대로 믿어줬거든.

                                     -「딱 한 사람」 전문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를 이해하고 믿어주는 사람 딱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된다고. 이 동시에 나오는 아이는 젠투펭귄이랑 악수도 하고 혹등고래랑 바다를 누비기도 하고 물개랑 입 맞추며 놀기도 하는 상상이 뛰어난 아이입니다. 상상 속에서 아이는 젠투펭귄과 혹등고래와 물개와 친구처럼 어울려 놉니다.

그러나 친구들은 이런 아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친구들은 “거짓말 하지 마!” 하고 말했겠지요. 아니면, “너 이상한 거 아니야?” 하고 이상한 아이라고 놀렸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딱 한 친구만은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우주에서 왔다고 했을 때 믿어주었던 친구지요. 친구란 이렇게 사랑의 마음으로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참된 친구지요.

누구나

입 꾹 다물고 있을 땐

생각이 많은 거다

 

궁금해도 묻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고

기다려주면

 

어느 새

웃음꽃 활짝 터트리는

꽃봉오리처럼

 

요즘 멍하니

하늘만 보는 내 친구도

꽃망울이다.

                                -「꽃망울 전문

 

참 좋은 동시입니다. 좋은 동시는 비유가 좋아야 합니다. 꽃망울에 비유한 것이 어쩌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지! 친구가 입 꾹 다물고 있을 땐 생각이 많아서겠지요. 그럴 땐 조용히 지켜보고 기다려주면 꽃망울이 꽃을 터트려주듯 활짝 웃음꽃을 피울 거예요. 누구나 한 번쯤은 슬픈 생각으로 멍하니 하늘을 보는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친구를 사랑의 마음으로 지켜보며 기다려주면 된다는 것을 이 동시는 알려줍니다.

 

4.

사랑은 위대하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랑은 미치지 않는 데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꽃과 나무, 곤충, 그리고 동물에까지 사랑은 따스한 눈길과 손길이 닿습니다. 

 

18개월 동안 함께 살았어

잘 가라고, 인사도 못해 더 눈물이 나

모과나무 아래 곱게 묻어주고

돌아서는데 누나도 나도 엉엉

눈물 콧물 훔쳤어

 

햄스터가 아픈 것도 모르고

밤새 혼자 끙끙 앓게 한 것이

학원 다니기 바쁘다고

방학 때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너무너무 미안해서.

                               -「안녕, 햄스터 」 전문

 

18개월 동안 함께 살았던 햄스터가 죽었을 때 얼마나 슬펐을까요? 눈물에 콧물까지 흘리고 엉엉 소리 내어 운 것을 보면 그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지요. 왜 그렇게 슬펐을까요? 그것은 햄스터에게 너무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햄스터가 아픈 줄도 모르고 혼자 끙끙 앓게 했고, 바쁘다고 함께 놀아주지도 못해서 가슴이 더 아팠던 것이지요. 햄스터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없었으면 이런 미안한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의 마음은 사람만 갖고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겨울 허수아비」라는 동시를 읽어보면 생명이 없는 허수아비도 사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곳이

벼가 누렇게 익었던 곳이라고

 

찾아보면

잘 여문 낟알들이 있을 거라고

 

먹이 찾는 겨울새들을 위해

찬바람 맞으며

 

논 한가운데

기꺼이 알림판으로 서 있습니다.

                             -「겨울 허수아비」 전문

 

가을에 벼를 다 베어내고 나면 논 한가운데는 허수아비만 남습니다. 그 허수아비를 보고 시인은 먹이를 찾는 겨울새들에게 이곳이 벼가 누렇게 익었던 곳이고, 잘 여문 낟알들이 있을 거라고 알려주는 ‘알림판’이라고 했습니다. 허수아비도 기쁜 마음으로 먹이 찾는 겨울새들을 위해 찬바람 맞으며 알림판으로 서 있는 세계. 그 세계는 얼마나 따스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세계입니까!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 외할머니 댁

이른 아침부터 들썩들썩

 

이모는 쫀득쫀득 쑥개떡

엄마는 보슬보슬 쑥버무리

나는 쫄깃쫄깃 인절미 먹고 싶어

 

바구니 하나 씩 챙겨들고

뒷산에 파릇한 쑥 캐러 나가는데

할머니가 손사래 친다

 

야야, 이슬이나 깨면 나가라!

 

아하, 이제야 알았다.

이슬도 풀잎 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밤새 잠을 잔다는 걸.

                         -「이슬이나 깨면」 전문

 

이슬도 풀잎 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밤새 잠을 자니까 이슬이 잠을 깨면 가라고 할머니는 말합니다. 이슬까지도 생명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할머니의 사랑의 마음, 이것이 바로 박예분 시인이 추구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세계입니다.

사랑이라면 가족 간의 사랑을 빼놓을 수 없지요. 사랑의 출발점은 가족 간의 사랑이니까요.

 

식구들 모두

거실에 둘러앉았다

맨발로 둘러 앉아

 

다리 쭉 뻗고

꼼지락꼼지락 이야기 나눈다

 

굳은 살 박힌

아빠 발가락을

엄마 발가락이 살살 만져주고

 

조그만 내 발가락

오빠 발가락을 톡톡 건드린다

 

꼼지락 톡톡 우리 가족

오늘도 맨발로 이야기 나눈다.

 

                                -「꼼지락 톡톡」전문

 

가슴이 따스해지고 훈훈해지는 시입니다. 식구들이 맨발로 거실에 둘러앉았습니다. 아빠 발가락은 굳은살이 박혀있습니다. 힘들게 일을 하고 걸어 다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엄마 발가락이 아빠 발가락을 살살 만져줍니다. 엄마가 아빠에게 ‘힘내세요!’하는 뜻이겠지요. 내 조그만 발가락은 장난스럽게 오빠 발가락을 톡톡 건드려줍니다. 다리를 쭉 뻗고 둘러 앉아 맨발을 꼼지락거리고 톡톡 건드리며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우리가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운 때는 언제일까요?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누군가 우리를 사랑으로 감싸줄 때입니다.

 

노란 살구가

새금새금 익어가는 날

 

아기는 엄마 곁에

나비잠 자고

 

엄마는 아기 곁에

단잠 자고

 

나는 마루에 누워

꿀잠 자고

 

누렁이도 토방에서

귀잠 자고.

                           -「맛있는 잠」 전문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정경입니다. 소파 방정환은 어린이 예찬에서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엄마 곁에서 나비잠을 자는 아기의 얼굴은 천사의 얼굴 그대로입니다. 나비잠을 자는 아기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밭을 날아다닐 것입니다.

엄마는 달게 단잠을 자고 나는 꿀처럼 달콤한 잠을 자고 누렁이는 귀잠을 잡니다. 귀잠은 아주 깊이 잠든 잠을 말하지요. 이렇게 나비잠과 단잠과 꿀잠과 귀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사랑으로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는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는 아기와 나를 사랑하고, 누렁이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기에 마음 놓고 푹 잠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6.

박예분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라고 부를 만큼 한결같이 사랑의 세계를 노래했습니다. 첫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와 두 번째 동시집「엄마의 지갑에는」을 펴내어 따스한 사랑의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동시집「안녕, 햄스터」에서도 추운 날 우리 언 손을 호호 불어 녹여 주는 따스한 어머니 입김 같은 사랑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의 동시는 우리들이 사는 세상이 사랑으로 둘러 싸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화로워집니다.

박예분 시인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시인의 눈’을 갖고 있고 남보다 더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시인의 눈으로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이나 사물들과 생활 속의 일들에서 특별한 시적 의미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꽃과 나무에도 따스한 사랑의 눈길을 보내어 아름다운 사랑의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 보여줍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동시집 「안녕, 햄스터」를 읽고 생각이 깊어지고 사랑의 마음 또한 더욱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동시 밥그릇
글쓴이 : 덩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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