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요새님께서 빈센트 반 고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의 예술작품들에 대해 올려주신 글을 보고 가슴에 남는 느낌을 적어보았습니다.
빈센트 반 고호라는 위대한 예술가에 대해 어떤 평을 할만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소양이 부족한 관계로 고호에 대한 글과 자료, 그의 작품들을 보며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을 적은 얄팍한 글이란 점을 이해하시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도요새님의 글을 먼저 보고 읽으시면 내용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올듯합니다.
중간 중간 도요새님 글 속 자료들이 무단 도용되니 감안하고 봐주세요..^^
고호가 생의 말미에 거주했던 생 레미 정신병원
"그는 지구별이 있는 한 가장 존경받는 화가로 남아 우리에게 영원히 감동을 줄 것입이다."
위대한 승리자가 주는 감동보다 더 깊고 진하고 오랜 감동의 여운을 남기는 건 위대한 패배자가 주는 감동이 아닐까...
희극보다 비극이 기쁨보다 슬픔이 종종 더 깊은 감동과 오랜 여운을 남기는 것과도 비슷한 이유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배자에 더 공감하고 연대감을 느끼게 되는 건... 패배자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 패배자가 자신 안에 깊숙히 숨겨져 있거나, 겉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거나 관계없이... 스스로 자신 안의 패배자를 발견하거나 못하거나 상관없이...
고호의 자화상들(1887-1889)
자신 안의 패배자를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고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라 할 수 있으리라.
자신의 자화상을 가장 맑은 거울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이젤 앞에서의 자화상 (1888)-
" 아, 테오야,
지나간 쓰라린 몇 달 동안 나는 무엇인가를 향해 열심히 일하며,
내 인생의 진실한 목적과 의미를 캐내려 노력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걸 몰랐다니 !
하지만 이제 그것을 알았으니 난 다시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테오,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그 몇 달을 헛되이 지낸 뒤에 마침내 천분을 발견했다는 얘기야 !
난 화가가 될거다. 물론 화가가 되야지. 꼭 그래야만 해.
그 때문에 다른 모든 일에 난 실패 했던거야.
그런 일들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 결코 실패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일을 찾았구나.
아, 테오. 감옥이 마침내 열렸다.
그리고 그 감옥 문을 열어준 사람은 바로 너야! "
(고호와 테오의 편지에서)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캐내려 스스로를 투신했던 여러 일들에서 실패하고나서 마침내 찾아낸 천분...
가난과 여러 인간적 실패, 쇠약한 심신의 고통마저 극에 달하는 불운 속에서도 그 천분에서만큼은 결코 꺾이지 않았던 고호는
패배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선 진정한 승리자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그 일.. 결코 실패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일을 찾아낸 순간,
그리고 그 것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의 환희를 마치 감옥으로부터의 해방에 비유했던 고호...
싸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Road with Cypresses), 1890
이 세상의 규격화된 틀 속에 갇혀 살기에는...
회오리바람처럼 거친 숨결로 이글거리는 순수의 태양을 품은 그의 내면의 화상이 너무 고통스러웠는지도...
까마귀가 있는 밀밭(1890)- 자살하기 직전에 그린 그림
그 내면의 불덩이를 화폭에 옮겨담는 것으로 다 충족시킬 수 없었던 그 무언가를 찾아서...
별이 빛나는 밤(1889)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가기를 원했던 사람...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갈 수 없는 곳, 죽음을 맞이함으로서만 갈 수 있는 곳...
그 별까지 느긋하게 걸어가는 것을 허락치 않았던 삶의 고통 속에서 이생의 여정을 일찍 끝낼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그의 목적지가 별이란 걸 누구보다 분명히 알고 있었던 고독한 이상주의자의 단면을 그에게서 본다.
영원히 반짝이는 별에게 가는 것은 죽는 것이 아니고 영원히 사는 것이니... 사자(死者)를 죽었다고 생각치 말라.
사자가 바라보던 별, 그리고 그 사자가 지금 가 있는 별을 바라보는 이 생자(生者)에게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꽃핀 나무 -모오브의 추억 (1888)
나는 집밖의 과수원에서 20호의 유화로 갈아놓은 연보라의 흙,
갈대 울타리, 멋있는 푸른 색과 흰색의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두 그루의 장미빛 복숭아 나무를 그렸다.
아마 내가 그린 최상의 풍경화라고 생각한다.
마침 그 그림을 가지고 돌아 왔을때 누이한테서
모오브의 죽음을 알리는 홀랜드말로 된 편지가 왔다.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내 마음을 사로 잡고
내 가슴을 감동으로 가득차게 했다.
나는 그림 속에 "모오브의 추억으로...빈센트와 테오" 라고 써 넣었다.
네가 좋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둘이서 이것을
모오브 부인에게 보내기로 하자.
모오브의 추억속에는 무엇인지 포근하고 무척 명랑한 것이 있다.
정색을 한 습작보다는 이런 기분의 그림이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자(死者)를 죽었다고 생각치 말라.
생자(生者)가 있는한 사자는 산 것이다.
사자는 산 것이다.....
내가 고르고 싶은 것은 슬프다기 보다 이런 느낌의 그림이다.
삶이 고통과 어둠 혼돈 음울함으로 가득한 감옥과도 같은 사람에게 죽음은 무엇일까?
화사하게 꽃핀 나무처럼 포근하고 명랑한 것...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스런 삶의 부정을 통한 긍정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 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가 없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테오에게>
글을 올리고 나서 여러 분들과의 댓글 대화를 통해 고호와 그의 작품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얻게 되어 고맙습니다.
하오의 태양님과의 댓글 대화 일부를 본문에 추가해봅니다.
하오의 태양님:
각설하고 저는 화가 중 고흐를 제일 좋아 합니다
그 이유는 삶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표현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종종 쓰는 표현이지만 지상의 모든 것들은 일테면 물을 이루는 분자,
원자들 까지 살아 남으려 하는 강한 응집력이 작용 합니다,
물이 눈에 보이는 평화라고 가정 할 때
그 내부는 어떤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치열함이 보입니다
..............................................
그의 생활이나 그의 이야기를 떠나 그가 그린 그림만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짧은 사선은 어떤 표현 방법보다 강한 운동감을 가집니다
나선형의 율동들은 치열한 모든 자연의 내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앞으로 어떤 그림이 어떤 표현이 그의 직설적인 화법보다 더
인간의 본질에 가까이 접근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대의 벗:
삶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표현...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살아있는 한, 지상의 모든 존재의 운명인 생에의 의지...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원초적 느낌과 함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군요.
그의 풍경그림들을 보면서 종종 실사 사진보다 더 자연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고 느꼈는데...
나선형의 율동들 때문에 그런 것이었군요.. 실사 사진이 겉모습만을 보여준다면
그의 그림 속 풍경들은 자연의 내부까지 다 드러내 보이기에.. 그리고 그 것은
자연의 일부인 자신의 내부를 드러내 보인 것이기도 하니... 풍경을 그린 그림들마저
그의 자화상인지도 모르겠네요.. 결국은 세상 모든 존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삶의 에너지... 고흐의 표현대로라면 "나 자신보다 더 위대한 어떤 존재,"
"내 삶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그것," "바로 창조하는 힘" 그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고흐가 그림을 통해 표현했던 그 것은 각 개체의 죽음 안에도 존재하고,
각 개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노장철학에서 "도"라고 표현하는 것과 비견될 수 있을까요?
자살을 선택한 그의 죽음에의 의지는 어쩌면 가장 강한 삶에의 의지였는지도...
또다른 형태의 삶... 별에게로 가는... 별이 되는... 그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 가는 삶...
'잠 깐 만.....♡ > 사 람 들 마 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1969년도 아이들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0) | 2014.09.12 |
---|---|
[스크랩] 꽃핀 나무....위대한 패배자 `반 고호`의 삶과 죽음 (0) | 2014.07.21 |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0) | 2014.06.18 |
고향생각 - 현제명 (0) | 2014.01.07 |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 석지영(EBS뉴스) (0) | 2014.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