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스크랩] 삭(朔) / 황연진

moon향 2014. 3. 4. 09:43

 

퍼낼 수 없는 우물이 있습니다

허물지 못하는 무덤이 있습니다

고대의 밤에 이미 능욕을 당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의 것이기 보다

누구나의 것이었으므로

단 하나의 음률에 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굴을 쓰다듬으면 얼굴이 없어집니다

어깨를 껴안으면 어깨가 달아납니다

가슴은 무한정으로 깊숙이 스러지지요

당신을 담아 수많은 토기를

빚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서 셀 수 없는 당신이 태어나느라

등이 휘어버렸습니다 태어나고도 남은

서른한 번 째 날엔 빛의 가마 속에

녹아들기도 했습니다

고민이라면 이런 것입니다

스며들기 전에 사라진다면—

얼룩이 남기 전에 증발한다면 —

당신을 두 다리로 엮고 두 팔로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껴안을 것입니다

그림자도 없는 밤,

호흡으로 호흡을 지울 것입니다

지상의 날은 언제나 안녕합니다

 

 

 - 계간 《시와문화》 2011년 가을호 

 

 

 

 

출처 : 시빛
글쓴이 : 황연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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