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낼 수 없는 우물이 있습니다
허물지 못하는 무덤이 있습니다
고대의 밤에 이미 능욕을 당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의 것이기 보다
누구나의 것이었으므로
단 하나의 음률에 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굴을 쓰다듬으면 얼굴이 없어집니다
어깨를 껴안으면 어깨가 달아납니다
가슴은 무한정으로 깊숙이 스러지지요
당신을 담아 수많은 토기를
빚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서 셀 수 없는 당신이 태어나느라
등이 휘어버렸습니다 태어나고도 남은
서른한 번 째 날엔 빛의 가마 속에
녹아들기도 했습니다
고민이라면 이런 것입니다
스며들기 전에 사라진다면—
얼룩이 남기 전에 증발한다면 —
당신을 두 다리로 엮고 두 팔로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껴안을 것입니다
그림자도 없는 밤,
호흡으로 호흡을 지울 것입니다
지상의 날은 언제나 안녕합니다
- 계간 《시와문화》 2011년 가을호
출처 : 시빛
글쓴이 : 황연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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