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주요 표현 기법
1. 직유와 은유
직유와 은유는 모두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이나 관념(원관념)을 그것과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있는 다른 사물이나 관념(보조관념)으로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정서와 태도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 기법이다. 직유가 ‘같이, 처럼, 듯’ 등의 매개어를 사용하여 비유의 의도를 직접 드러낸다면, 은유는 매개어를 사용하지 않고 곧바로 두 대상을 환치(換置 : 바꾸어 놓음)하여 비유의 의도를 감추는 방법이다.
예)한용운,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직유 은유
2. 관념의 사물화와 은유
추상적인 관념을 감각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제시하면 이미지를 뚜렷하게 드러내어 시적 의미를 구체화할 수 있다.
예)황진이의 시조
동지(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3. 대유(代喩)
개별적인 사물로 그 사물이 속하는 총체적 부류 전체를 나타내거나(제유), 특정한 사물이 지닌 속성으로 그 사물을 대신 나타내는 방법(환유)이다.
※환유(換喩)와 제유(提喩)
⑴환유 : 속성으로 그 속성을 지닌 사물을 대신 나타내는 비유
예)거국지희 그음업셔 억제하기 어려운 즁 / 홍상(紅裳)의 꼿 눈물이 심회를 돕는도다. → 아름다운 여인(홍순학의 기행 가사 ‘연행가’ 중에서)
⑵제유 : 집합적 대상 가운데 하나의 사물로 전체를 대신 나타내는 비유
예)보리밥 풋나물을 알마초 먹은 후에 / 바흿 긋 믈가의 슬카지 노니노라. / 그나믄 녀나 믄 일이야 부롤 줄이 이시랴. → 소박한 음식을 의미함(윤선도의 고시조 ‘만흥’ 중에서)
4. 의인과 활유
의인법은 대상을 인격화하는 방식으로 화자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정서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입하여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활유법은 생명이 없는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여 생물처럼 표현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생동감을 주는 데 효과적이다.
예)노천명,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5. 상징
상징은 어떤 사물이 그 자체의 의미를 지니면서 보다 포괄적인 다른 의미까지 띠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암시성과 다의성을 본질로 한다. 상징은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인 것으로 드러내면서 대상과 관련된 여러 관념을 연상시켜 다양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⑴창조적 상징 :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적 상징으로 시의 문맥이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새롭게 창조된 것이다.
예)윤동주,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구원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순절의 소명 의식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순절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⑵관습적 상징 : 오랜 세월 동안 사회적 관습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동일한 문화적 관습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공인된 고정적이고 보편적인 상징이다.
예)성삼문의 시조
이 몸이 주거 가셔 무어시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야 이셔
절개
백설(白雪)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⑶원형적 상징 :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온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이미지로서의 상징으로, 대개 신화나 전설 등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관습적 상징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원형적 상징어 용례
해 : 생명, 희망, 탄생, 기쁨, 영원성, 역동성, 왕
불 : 인간의 생명, 욕망, 사랑, 육체의 파괴와 소멸, 정화와 재생
물 : 모성 혹은 여성, 죽음, 정화와 재생, 순환, 시간의 흐름
하늘 : 공간의 영원성, 고고한 정신, 신(神), 순결, 무(無), 부재(不在)
어둠 : 혼돈, 공포, 죽음, 기원, 성숙, 휴식
예)박두진, 해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라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6. 반어
진술된 의미를 진술의 의도와 상반되게 표현함으로써 변화를 주는 방법이다. 반어는 ‘말한 것’과 ‘의미하는 것’ 사이의 긴장과 대조, 혹은 갈등을 이루어 독자들의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의미를 강조하거나 풍자의 효과를 높이고 주제 의식을 부각시키게 된다.
예)김소월,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표면적 의미 : 임이 떠나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이면적 의미 : 너무 슬퍼서 하염없이 울 것이다.
7. 역설
역설은 표면상으로 보면 불합리하거나 모순되지만 잘 음미해 보면 그 속에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역설 중에서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모순, 또는 수식어끼리의 모순 관계를 지니는 표현을 모순 형용이라고 구별하여 부르기도 한다.
예)한용운,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모순 형용
모순 형용은 수식어와 피수식어 사이의 모순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시적 상황 전체와 관련되는 역설보다는 그 범위가 좁지만 표현 효과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예)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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