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리 고....♡/문 화 계 소 식

[스크랩] 영화보기: <레미제라블>

moon향 2013. 1. 1. 12:01

화려한 배우진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던 레미제라블 영화가 개봉했고, 오늘 그 영화를 보고왔다.

이 영화는 대히트를 기록한 뮤지컬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이다. 몇개의 대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화가 곡조로 이루어진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또다른 뮤지컬인 <노트르담 파리>와 흡사하다고 느꼈다. 두 소설이 모두 한 작가, 빅토르 위고르에 의해 씌였으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노트르담 파리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프랑스 사회가 민중에게 가하는 억압과 부조리,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담고있다. 두 작품 모두 현 시대의 절망을 그려내는데서 출발하지만, 레미제라블은 장발장이란 한 인물을 통해 노트르담 파리보다 훨씬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희망을 묘사해낸다. 

 

조카를 위해 빵 한조각을 훔치다가 감옥에 들어간 이야기는 생략되고, 장발장이 20년의 가혹한 형량을 마치고 가석방 되는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전과자라는 이력 때문에 모든 이들로부터 배척을 받다가 한 신부를 만나 처음으로 인간대접을 받고, 또 그의 파격적인 용서를 경험함으로써 과거에 대한 증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성공해서 시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지만, 그의 과거를 뒤쫓는 한 경감의 끈질긴 추격을 받게 된다.

 

<고통을 당하는 판틴을 도와주려하는 장발장. 나중에 장발장이 키운 코제트가 이 판틴의 딸이다.>

 

<평생 장발장을 따라다니며 그에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살아온 경감, 자베르>

 

흥미로운 것은 장발장이나 경감 모두 자신의 일을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장발장은 하나님을 용서하고 구원하고 사랑하는 신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반면, 경감은 죄인을 처벌하고 악을 징벌하는 신이 하나님이라고 믿으며 자신이 일이 바로 그 하나님의 심판을 대행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의 신념은 영화의 중간까지 강렬하게 대조되다가 결국 장발장이 그의 손 안에 들어온 경감의 목숨을 살려주고 그대로 풀어주는 데서 전환점을 맞는다. 경감은 자신을 아무댓가없이 살려준 장발장으로 인해 자신의 세계에 혼돈을 겪게 되고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자신의 신분이 폭로되어 시장직을 버리고 경감에게 쫓기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그는 시장으로서 안정되고 존경받는 생활을 하다가 다시금 죄수의 신분으로 떨어진,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었다. 그는 경관으로부터 도망가는 도중, 한 여인이 죽으며 남겨놓은 딸을 찾아 마차에 싣고 정처없는 방황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순간 절망과 두려움의 한숨 대신, 희망의 노래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코제트라 이름하는 아이를 무릎에 누인 그는, 평생을 혼자서 외롭게 살아오다가 코제트를 만남으로써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다며 경이에 찬 노래를 한다. 그가 코제트의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를 쫓는 경관의 위협도, 그의 암울한 운명도 그의 새로운 소명에 대한 열정과 기쁨을 덮어버리지 못했다. 한 인간에게 살 힘과 용기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 장면을 나는 이 영화의 백미로 꼽고 싶다.

 

장발장의 삶은 그 시대의 크나큰 흐름에 휘말리게 되는데,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정부에 항거하여 젊은이들이 일으킨 혁명이 그것이다. 혁명의 주요인물 가운데 코제트가 사랑하는 남자, 마리우스가 있음을 안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구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혁명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시민들의 무관심 가운데 혁명은 실패하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죽는 가운데 장발장은 마리우스을 기적적으로 구출하여 코제트에게 데려간다. 코제트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동안, 장발장은 조용히 그의 험난했던 삶을 마친다.  

 

젊은이들의 혁명과 장발장의 삶은 그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약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총칼을 들고 일어난 혁명은 실패한 반면, 평생 죄수의 신분으로 사랑과 자비를 실천한 장발장의 삶은 값진 열매를 맺었음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혁명 자체가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혁명은 침묵과 무관심보다 훨씬 용기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혁명을 일으키다가 죽은 이들이 다시 모여 혁명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끝난다. 그들의 노래는 이전과 같은 곡조이지만 가사가 바뀌었다. 이제 이들은 파괴와 전복의 혁명이 아니라 사랑과 구원의 혁명을 노래한다. 

 

 

     

<젊은 청년들이 주축이 된 혁명이 시작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모든 혁명가들이 다시 등장해서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너무나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만 했는데, 음악적 요소 역시 매우 뛰어났다. 배우들의 노래 모두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액션 영화에서 주연을 맡던 배우들이 이런 노래까지 소화낸 것이 놀라웠다. 음악에 대해 별다른 조예가 없는 나로서는 좋았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 영화가 대선이 끝나자마자 개봉되었다는 데서 묘한 우연을 발견한다. 대선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낙심한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있음을, 사랑과 용서의 힘으로 이 세상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다. 오늘날 복음, 즉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을 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암울한 시대를 향한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엔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 

 

사진출처: Daum 영화

출처 : 기쁨의 샘
글쓴이 : 각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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