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리 고....♡/문 화 계 소 식

이성복(李晟馥)

moon향 2013. 9. 4. 16:12

 

이성복(李晟馥) (1952~ )

 

 

 

 

 

경북 상주 출생으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러 백일장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경기고교에 입학하여 당시 국어교사였던 시인 김원호를 통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때 창작과 비평에 실린 김수영의 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1971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황지우, 김석희, 정세용, 진형준 등과 친분을 쌓았고

1976년 복학하여 황지우 등과 교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1977정든 유곽에서등을 문학과 지성에 발표, 등단했다. 대구 계명대학 강의 조교로 있으면서

무크지 우리세대의 문학1에 동인으로 참가했다.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평가하는 말로

철저히 카프카적이고 철저히 니체적이며 철저히 보들레르적이었던 시인은

 1984년 프랑스에 다녀온 후 사상에 일대 전환이 일어나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 그리고 논어와 주역에 심취했다.

그 후 낸 시집이 동양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남해금산이다.

그 여름의 끝』 『, 입이 없는 것들』 『래여애반다라등이 있다.

 

 

 

: 작가 한마디 :

 

 오다, 서럽더라

삶의 진실 앞에 선 공감과 위안의 미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부박한 삶, ()-()-()-()

 

 

 

 

: 작품 읽기 :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

너는 그러나 머물러 흔들려 본 적 없고

돌이켜 보면 피가 되는 말

상처와 낙인을 찾아 고이는 말

지은 죄에서 지을 죄로 너는 끌려가고

또 구름을 생각하면 비로 떨어져

썩은 웅덩이에 고이고 베어 먹어도

베어 먹어도 자라나는 너의 죽음

너의 후광後光, 너는 썩어 시가 될 테지만

 

또 네 몸은 울리고 네가 밟은 땅은 갈라진다

날으는 물고기와 용암熔岩처럼 가슴속을

떠돌아다니는 새들, 한바다에서 서로

몸을 뜯어 먹는 친척들(슬픔은

기쁨을 잘도 낚아채더라)

또 한 모금의 공기와 한 모금의 물을 들이켜고

너는 네가 되고 네 무덤이 되고

 

이제 가라, 가서 오래 물을 보고

네 입에서 물이 흘러나오거나

오래 물을 보고 네 가슴이 헤엄치도록

이제 가라, 불온不穩한 도랑을 따라

예감豫感을 만들며 흔적을 지우며

 

 

 

 

세월의 집 앞에서

 

 

 

 

하늘엔 미루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세월의 집. 이파리를 뒤집으며 너는 놀고 있었다.

만날 수 없음. 나의 눈도 뒤집어 줄려?

 

개울엔 물먹은 풀들이 조금씩, 말라비틀어졌다.

어린 時節을 힘겹게 보낸 사내들도.

無色의 꽃, 절름거리는 방아깨비, 모두 바람의 친척들.

 

그리고 산 꼭대기엔 매일 저녁

성냥개비만한 사람이 웅크리고 있었다.

날마다. 우리의 記憶 속에 밥도 안 먹고 사는

사내. 아버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촌에서 멋쩍고 착한 여자와의 하룻밤. (그 여자의 애인은

海軍下士官이었다) 아침. 창을 열면 산, 푸른 어두운 보드라운

머리칼로 밀고 밀려오던 , 아래 흰 병원 건물을 잘라내며

가로놓인 기차. (어떤 칸은 수북이 石炭이 실리고

어떤 칸은 그냥 물먹은 검은 입) 우리의 記憶 속에 꼼짝 않는,

앞머리 없는 기차. 그리고 너의 눈에 물방울처럼 미끄러지던 세월.

 

그래 그날, 술을 마시고 어떤 작자를 씹고 참을 수 없어

남의 집 꽃밭에 먹은 것을 다 쏟아냈던 날.

내가 부러뜨린 그 약한 꽃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

내가 나를 구할 수 있을까

를 구할 수 있을까

왼손이 왼손을 부러뜨릴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것도 돌이키고 내 아픈 마음은

잘 논다 놀아난다 얼싸

天國은 말 속에 갇힘

天國의 벽과 자물쇠는 말 속에 갇힘

감옥과 죄수와 죄수의 희망은 말 속에 갇힘

말이 말속에 갇힘, 갇힌 말이 가둔 말과 흘레 붙음, 얼싸

 

돌이킬 수 없는 것도 돌이키고 내 아픈 마음은

잘 논다 놀아난다 얼싸

 

2

나는 <덧없이> 지리멸렬한 行動을 수식하기 위하여

내 나름으로 꿈꾼다 <덧없이> 나는 <어느날>

돌 속에 바람 불고 사냥개가 天使가 되는

<어느날> 다시 칠해지는 관청의 灰色 담벽

나는 <집요하게> 한 번 젖은 것은 다시 적시고

한 번 껴안으면 안 떨어지는 나는 <집요하게>

 

에는 終止符가 없다

당대의 廢品들을 열거하기 위하여?

나날의 횡설수설을 기록하기 위하여?

언젠가, 언젠가 나는 <부패에 대한 연구>를 완성 못 하리라

 

3

숟가락은 밥상 위에 잘 놓여 있고 발가락은 발 끝에

얌전히 달려 있고 담뱃재는 재떨이 속에서 미소짓고

기차는 기차답게 기적을 울리고 개는 이따금 개처럼

짖어 개임을 알리고 나는 요를 깔고 드러눕는다 완벽한

허위 완전 범죄 축축한 공포,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여러 번 흔들어도 깨지 않는 잠, 나는 잠이었다

자면서 고통과 불행의 正當性을 밝혀냈고 反復法

기다림의 이데올로기를 완성했다 나는 놀고 먹지 않았다

끊임 없이 왜 사는지 물었고 끊임없이 희망을 접어 날렸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째서 육교 위에

버섯이 자라고 버젓이 비둘기는 수박 껍데기를 핥는가

어째서 맨발로, 진흙 바닥에, 헝클어진 머리, 몸빼이 차림의

젊은 여인은 통곡하는가 어째서 통곡과 어리석음과

부질없음의 表現은 통곡과 어리석음과 부질없음이

아닌가 어째서 貴族的인가 어째서 貴族的이 아닌가

 

식은 밥, 식은 밥을 깨우지 못하는 호각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