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이영광
앉아 있는 사람의 몸 아래에
어느 새 먼저 와서
앉아 있는 사람
의자는 먼 곳에서 쉼 없는 네 발로
삐걱삐걱 걸어 여기 왔다
의자의 이데아는,
마르고 다정하고 아픈 몸을 한
늙은 신일 것이다
-월간『현대시』(2009, 3)
-시집『아픈 천국』(창비, 2010)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시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3』(국립공원, 2007)
(『의자』. 문학과지성사. 2006)
-나희덕 엮음『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삼인, 2008)
의자 -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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