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이 순간 - 피천득

moon향 2016. 8. 13. 15:30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 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 하지 못할 사실이다. 
 



- 금아 시문선(1959년 증보재판, 경문사)

 

Josh Groban의 'Let me fall'이 떠오르는 시다.

피천득 선생님......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