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 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 하지 못할 사실이다.
- 금아 시문선(1959년 증보재판, 경문사)
Josh Groban의 'Let me fall'이 떠오르는 시다.
피천득 선생님......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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