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고백 - 문정희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의 손이 언제나 욕망을 쥐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는 말도 거짓임을 압니다
솨아솨아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무엇을 쥐었을 때보다
그저 흘려보낸 것이 더 많았음을 압니다
처음 다가든 사랑조차도
그렇게 흘러보내고 백기처럼
오래 흔들었습니다
대낮인데도 밖은 어둡고 무거워
상처 입은 짐승처럼
진종일 웅크리고 앉아
숨죽여 본 사람은 압니다
아무 욕망도 없이 캄캄한 절벽
어느새 초침을 닮아버린 우리들의 발걸음
집중 호우로 퍼붓는 포탄들과
최신식 비극과
햄버거처럼 흔한 싸구려 행복들 속에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매장된 동물처럼
일어설 수도 걸어갈 수도 없어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솨아솨아 흘려보낸 작은 오솔길이
와락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문정희 시인 프로필
1947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
1960년 전남여중을 1963년 진명여고에 입학
여고 3년 때 백일장 입상작들을 모아
서정주 시인의 서문과 함께 시집 《꽃숨》을 발간하는 기록을 세운다.
1966년 미당 서정주 시인의 주선으로 동대 국문과에 특기생으로 입학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월간문학》 신인상에 <불면> <하늘>
1973년 처음으로 《문정희시집》을 발간
미당의 주례로 올린 결혼식에 이어 명성여중고 야간에서 교직을 시작
1975년 시집 《새떼》를 상재하고 문인극 <환상부부>(유현종 연출)에도 출연한다
1976년 제21회 현대문학상 수상.
《젊은 고뇌와 사랑》을 발간
1980년 논문 <노천명 시연구>로 동대 대학원을 졸업
1982년 뉴욕대학교 대학원 종교교육학과에 입학
1984년 영국·이태리·벨지움·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프랑스·스위스 등을 여행한 뒤
귀국하여 시집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발간
1985년 뉴욕 이미지를 담은 시집 《찔레》를 펴냄
1986년 《아우내의 새》를 출간
1987년 시선집 《그리운 나의 섬》《우리는 왜 흐르는가》와 시해설집
《역대여류시가시집》도 계속해서 내고 숨가쁘게 대만 여행
1988년 시집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1989년 시선집 《꿈꾸는 눈썹》상재.
1990년 MBC-TV와 함께 인종 분쟁 지역인 스리랑카를 취재하는 활동
연시집 《제 몸속에 살고있는 새를 꺼내 주세요》 출간.
1991년 시선집-한국대표시인 100인선 《어린 사랑에게》에 이어 이듬해는
산문집 《당당한 여자》를 발간,
1993년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를 낸 뒤, 서울여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대전 엑스포의 <구운몽>(김소희 작창, 안숙선 소리)을 발표
‘서울 정도 600년 기념 세계의 도시 시리즈;실크 로드의 종착지 터어키’를
SBS-TV와 함께, 취재.
산문집 《날개를 자르고 날아가라 한다》
1994년 카리브해·멕시코·자메이카를 취재 여행(SBS-TV)하다.
이때 시집 《구운몽》 발간. 1995년 남부유럽 여행,
아이오와 대학의 <국제 창작프로그램(IWP)>에 참가
1996년 시집 《남자를 위하여》로 제11회 소월시 문학상을 수상
<결국 내가 순교할 곳은 원고지>,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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