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고독 -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이 체온으로 나는 내게서 끝나는
나의 영원을 외로이 내 가슴에 품어 준다.
그리고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내 손끝에서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내고 만다.
아름다운 영원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도 없는 나의 손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와 함께
茶兄 김현승(1913~1975)
김현승(金顯承. 1913~1975)은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목사인 부친이 평양으로 전근하게 되자 그곳에서 성장하여 평양숭실중학을 졸업하고, 1937년 숭실전문학교 문과를 나왔다. 1951년부터 조선대, 전북대 등의 강사를 거쳐, 숭실대 문리대 교수로 재직 중 1975년 4월 11일 채플시간에 기도하던 중 선종(善終)했다. 김현승은 청교도 정신으로 세상을 보는 맑고 정결한 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시인으로, 특히 가을을 노래한 시편이 많으며 평생 커피를 사랑했다. 김현승은 숭실전문학교 재학 때 양주동 교수의 소개로 시 두 편이 동아일보에 발표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는 대략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초기 시와 두 번째 단계의 시에서 김기림류의 모더니즘적 요소를 내포하여 그가 택한 이미지는 투명한 서술적 이미지였다. 시집 『견고한 고독』을 분기점으로 세 번째 단계에 와서는 초기의 투명한 이미지에 의한 신앙고백적인 태도가 고독의 세계에로 침잠되었음을 보여 준다. 그의 시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기독교적 세계관이다. 이 모든 그의 정신과 시의 비밀을 밝히는 핵심이 산문집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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