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기차
- 김유석
1.
이슬비 그친 마당에 말랑말랑한 기차가 갑니다.
석탄도 기름도 때지 않는 기차가
촉촉한 흙 위에 레일을 깔며 소리 없이 갑니다.
아주 느릿느릿 기어가는 저 기차를 타면
시간표가 필요 없는 마을에 닿을 것만 같습니다.
낮잠 자는 햇님이 기지개를 켜기 전에
담장 밑 푸른 이끼 숲까지 가야 할 텐데……
꺽다리 해바라기가 구름을 훅훅 불어대자
갑자기 기차가 뜨거워집니다.
점점 속도가 느려지더니
어? 어!
그만 고장이 나 버렸습니다.
2.
연락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하나 둘 개미들이 모여듭니다.
요리조리 기차를 살피더니
안되겠군, 집에 데려가 고쳐야겠어!
힘센 일꾼 개미들이
덜커덩덜커덩
레일도 없는 길을 끌고 갑니다.
슬금슬금 따라가 보면
고장 난 게 아니라
개미들을 태우고
개미나라 터널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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