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동 시 ♬ 좋 아

지렁이 기차 - 김유석

moon향 2014. 9. 22. 14:29

 

 

지렁이 기차

 

                     - 김유석

 

 

1.

이슬비 그친 마당에 말랑말랑한 기차가 갑니다.

 

석탄도 기름도 때지 않는 기차가

촉촉한 흙 위에 레일을 깔며 소리 없이 갑니다.

 

아주 느릿느릿 기어가는 저 기차를 타면

시간표가 필요 없는 마을에 닿을 것만 같습니다.

 

낮잠 자는 햇님이 기지개를 켜기 전에

담장 밑 푸른 이끼 숲까지 가야 할 텐데……

 

꺽다리 해바라기가 구름을 훅훅 불어대자

갑자기 기차가 뜨거워집니다.

 

점점 속도가 느려지더니

어? 어!

그만 고장이 나 버렸습니다.

 

2.

연락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하나 둘 개미들이 모여듭니다.

 

요리조리 기차를 살피더니

안되겠군, 집에 데려가 고쳐야겠어!

 

힘센 일꾼 개미들이

덜커덩덜커덩

레일도 없는 길을 끌고 갑니다.

 

슬금슬금 따라가 보면

고장 난 게 아니라

개미들을 태우고

개미나라 터널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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