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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 장치 - 김정수

moon향 2014. 10. 6. 14:16

 

 

[가슴으로 읽는 동시] 거름 장치

 

 

거름 장치


 


- 김정수(1970~ )


억지 심부름에
투덜투덜 쿵쾅쿵쾅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띵동, 그 새 또 컸네!
띵동, 니 엄만 듬직하겠다!
띵동, 참 착하구나!
띵동, 너무 멋있어지는 거 아니야!

인사 나누며 내려오는 동안
양볼 퉁퉁 부풀리고
두발 무겁게 매달린
심통들이 싸악 사라졌어요.

우리 통로 엘리베이터엔
나쁜 마음 걸러주는
거름 장치가 되어 있나 봐요.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이웃들이 만나서 인사와 소식을 주고받는 곳이다. 아이들도 만나 "너 어디 가니?""숙제 다 했니?" 하고 물으며 인사를 나누는 곳이 엘리베이터다. 어느 때는 이사 온 이웃과 첫 인사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띵동" 하고 문이 열리면 '누가 탈까?' 하고 궁금해진다.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하면 마음이 즐겁다. 그러나 화라도 난 것처럼 뚱한 얼굴로 서 있거나 시선을 외면하면 영 마음이 개운치 않다.

  이 동시 속 아이는 억지로 심부름을 가느라 잔뜩 심통이 났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타는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고 칭찬을 들으며 내려오는 동안 기분이 상쾌해졌다. 엘리베이터가 마치 거름 장치처럼 아이의 심통을 걸러준 것이다. 마음을 걸러주는 거름 장치 같은 엘리베이터는 소리도 즐겁다. 띵동!

                                                      이준관 |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