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 백 석 & 형 도

10월 - 기형도

moon향 2014. 10. 30. 13:25

 

 

 

10월  -기형도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 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 되어

천천히 걸어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은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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