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카페베네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서가에 꽂혀진 책 한 권을 꺼냈다.
저자는 자신이 키웠던 개들에 대한 추억을
한 장 한 장 소개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말리와 나>라는 영화 장면들이 조금 오버랩되었다.
책을 다 읽기 전에 친구가 와서 절반쯤 읽다가 말았지만...
엄밀하게 나는 개를 스스로 키운 적이 없어서
(아버지가 키웠던 개들 말고는)개에 대한 추억도 거의 없는데,
어렸을 때 정을 주었던 쌍둥이 강아지가 아파서 죽고
날계란을 잘 받아먹던 세퍼드는 기억조차 안 나는데
똘망똘망 졸졸졸 따라다녔던 황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후,
알록달록 금붕어를 키우다가
팔딱이던 것들이 둥둥 떠오르는 바람에,
사체를 처리해야 했던 경험들이
내겐
동물이란 게
생명이란 게
책임과 부담으로만 다가왔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강아지나 햄스터를 키우자는 요청이 있었으나
달팽이 말고는 뭘 키우지 못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곧 사그라졌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에게도 동물학대 아니냐면서
유기견 입양하는 분이나 캣맘을 이해하기 어렵다는데.
사실 유기견과 길냥이들은 무섭기도 하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버린
내가 녀석들을 글케 세뇌시켜 그런 것인지ㅜㅜ
많이 미안하다!
나는 동물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회색 도시의 약자들을 책임질 수 없다.
개든 고양이든 닭이든 뭐든
그냥 시골집 마당에서 자유롭게 키운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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