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깐 만.....♡/책 읽 는 시 간

『우주나무 정거장』 - 안수자(강력추천)

moon향 2015. 10. 29. 14:44

 

우주나무 정거장, MBC창작동화대상 제22회 수상작!

 

 

  글쓴이 안수자 선생님은 전라남도 함평군 나사면 산속 외딴집에서 태어났대요. 이웃이라고는 100미터쯤 떨어진 작은 암자가 전부였고, 초등학교도 약 3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매일 터덜터덜 걸어서 등하교를 했대요. 나무들이 겅중겅중 함께 걷는다고 생각하였고, 동물들과 풀꽃들의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니, 그때 숲속친구들과 나눈 비밀한 이야기가 쌓여 동화책을 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안 선생님은 이 책에서 "모든 생명은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난다'는 주제를 가지고 동물과 식물에게 동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불어넣었어요. 죽음이란 무거운 모티프를 어린이가 성숙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환타지 공간을 만든 선생님의 발상이 놀랍지요? 제22회 MBC창작동화대상 심사평에서 심후섭 심사위원장님은 근래에 만나기 어려운 수작이라는 극찬을 하셨답니다. 130 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은 책이기에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도 좋고, 16부로 나눈 숫자들을 따라 하루에 하나씩 유치원생들에게 읽어주어도 굉장한 반응일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린 김정진 선생님은 경기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출판미술대전에 여러 차례 입상하였대요. 한국어린이그림책협회 회원이랍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웃음이 피식피식 나올 때가 있다고 해요. 누군가 책 그림을 보고 웃는다면 참 행복할 것 같대요. < 우주나무 정거장> 책속에서 솔이의 다양한 얼굴 표정들을 보면서 제가 많이 웃었으니, 김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드렸군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처로 기억마저 잃고 만 솔이에게 다가온 환타지 세상,

우주나무 정거장으로 지금 출발합니다! (손수건 한 장 준비하시고요...♡)

 

  솔이는 4학년 남학생이에요. 엄마는 화가이고 아빠는 시인이에요. 벌써 1년이나 엄마를 볼 수 없었어요. 엄마는 해외여행 중이거든요. 솔이는 순돌이라는 개를 키워요. 엄마가 보낸 엽서를 솔이에게 전해주러 달려오다가 순돌이가 차에 치어 죽었어요. 슬픔에 잠긴 솔이와 솔이의 아빠는 순돌이 무덤을 만들어 주러 매곡산에 올라가요. 순돌이 무덤 자리 옆에는 다른 무덤이 이미 하나 있었어요. 들국화가 빙 둘러 심어진 무덤이었어요.

 

  순돌이 무덤 앞에 나무 십자가를 꽂자 오목눈이 새는 솔이를 내려다 봐요. 직박구리가 오목눈이를 괴롭히는 걸 보고 솔이는 돌멩이를 던져요. 솔이는 오목눈이와 친구가 되었어요. 순돌이 빈자리를 오목눈이가 채워줬어요. 오목눈이에겐 진한 들국화 향기가 나요. 오목눈이 머리에는 사슴뿔 같은 게 달려 있었어요. 뿔이 빛나면서 둘의 머리 위로 바람이 불었어요. 안개에 싸여 둘은 어디론가 사라져요. 언젠가 엄마 그림 속에서 보았던 우주나무가 보여요. 어둠이 온몸을 감싸지만 무섭지 않아요. 우주나무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거장 같은 곳이래요. 모든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어 생명이 죽으면 이곳에 와서 머무르다가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세상으로 나간대요.

 

  솔이는 자기가 죽어서 이곳에 온 것인지 알고 겁을 먹었어요. 오목눈이는 '지팡이새'래요. 우주나무 정거장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때 안내자 역할을 하는 거래요. 솔이는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하늘에 닿아서 이곳에 오게 된 거였어요.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이에요. 뜨거운 바람이 불더니 바람은 순식간에 회오리로 변했어요. 솔이는 시커먼 연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불길이 상수리 나무쉼터를 휘감아 산불 진화대 아저씨들이 몰려왔어요. 오목눈이가 다쳤어요. 직박구리의 짓이라고 솔이는 생각해요. 산불로 우주나무 정거장은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오목눈이는 솔이에게 임시 지팡이새가 되어 달라고 해요. 부탁을 받아들이자 오목눈이의 뿔이 사라지고 솔이 머리에 뿔이 생겼어요. 

 

  자살을 했거나,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서 붙들고 있는 경우에는 영혼들이 우주나무 정거장으로 들어올 수 없어요. 영혼의 나이가 다 차도록 정거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영혼은 사라지고, '완전한 죽음'이 된대요. 솔이는 주저앉았어요. 안개가 솔이를 감싸 안았어요. 어느새 집 마루에 와 있었어요. 우주나무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솔이는 짝꿍 다은이가 떠올랐어요. 백혈병으로 죽은 다은이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거든요. 다은이 엄마는 매일 다은이 무덤에서 산다고 해요. 솔이는 다은이 엄마를 찾아가요. 멋진 작별인사로 다은이를 보내주면서 다은이 엄마와 친구가 되어요. 솔이는 냉이와 도깨비바늘 풀과도 비밀친구를 맺게 되지요. 우연히 직박구리를 만난 솔이는 왜 오목눈이를 괴롭히냐고 따져요. 직박구리는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요.

 

  솔이가 순돌이 무덤을 찾아갔을 때, 아빠가 울고 있었어요. 아빠가 그곳을 떠나자, 솔이는 순돌이 무덤 옆에 있던 무덤에 아빠가 앉았던 자리로 갔어요. 목걸이가 떨어져 있었어요. 엄마랑 함께 만든 나무 목걸이였어요. 솔이는 집에 와서 엄마 편지와 엽서들을 꺼냈어요. 이상했어요. 둘만 아는 비밀 사인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갑자기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어요.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돌아갔어요. 솔이는 머리가 아팠어요. 솔이가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장례식장이었어요. 검은색 옷을 입은 친척 어른들이 다 모였어요. 모두 솔이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솔이는 울지 않았어요. 나무 목걸이만 만지작거렸어요. 울긋불긋 꽃으로 장식한 상여가 벗겨지고, 구덩이 속으로 관이 내려갔어요. 아빠는 풀썩 주저앉았어요. 솔이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해가 졌어요.

 

  차가운 바람이 마루를 훑고 지나갔어요. 오목눈이가 날아왔어요. 오목눈이는 긴 여행을 떠난다며 솔이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어요. '엄마도 순돌이도 없는데 너까지 가버리면 어떡해?' 말했지만 오목눈이는 힘차게 날아올랐어요. 대문 소리가 들렸어요. 아빠 신발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어요. 엄마한테 갔다 오는 거냐면서 솔이는 씩씩하게 물었어요. 기억을 되찾은 솔이는 목걸이를 아빠에게 보이며 끌어안았어요. 엄마가 죽으면 새가 되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우리가 보내주어야, 엄마는 새가 되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솔이는 아빠와 함께 엄마 무덤으로 가서 작별 인사를 했어요.

 

  봄이 왔어요. 순돌이 무덤 앞에는 제비꽃 한 송이가 피었어요. 직박구리를 다시 만났어요. 오목눈이는 우주나무 정거장에 들어가지 못한 영혼이었다고 해요. 영혼의 나이를 절반으로 줄여서 임시 지팡이새가 되었던 거라고. 오목눈이는 자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고 지팡이새가 된 거였대요. 솔이가 우주나무 정거장에 가지 않았다면, 오목눈이를 통해 임시 지팡이새가 되지 않았다면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기억을 꺼내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들국화 무덤에 오목눈이 무리가 내려앉았어요. 아무리 찾아도 뿔 달린 새는 안 보였어요. 목걸이를 흔들자, 오목눈이들은 솔이 주위를 빙 돌았어요.

 

 

 
<우주나무 정거장> 금성출판사, 2015년 5월 5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