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깐 만.....♡/책 읽 는 시 간

『미쳐야 미친다』 - 정민

moon향 2015. 11. 2. 22:49

 

 

 

 

미쳐야 미친다 ㅡ 정민

 

<한시미학산책>과 <돌 위에 새긴 생각>, <초월의 상상>등

10여권의 책을 내신 정민 선생님은 1960년 충북 영동 태생으로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주말에 만난 조카(한양대 국문학과 4학년)에게 들은 바

학부 강의 중 가장 수업다운 수업을 하시는 분이 바로 정민 교수님이란다.

 

나는 한자를 잘 모르지만 한시가 좋다.

영어보다 한자를 모르는 게 정말 무식한 일이라 여겨져서 그런지

한자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나.ㅠㅠ.

 

<미쳐야 미친다>는 조선 지식인들의 내면 세계를 읽는 책이다.

 

머릿말 중간 부분을 보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시대는 자못 격정적이라고 한다.

이 격정 앞에 온몸을 내던져 맞부딪쳐 나가는 사람이 있고,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이 있다.

시련을 바탕으로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사람과

한깨의 득의가 주는 포만감이 젖어

역사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몇 줄만 읽었는데도 속에서 열독감이 솟았다.

 

굶어 죽은 천재 천문학자 김영!

(미천한 신분인데도 과거를 치르지 않고 관상감에 발탁...)

 

'백이전'만 1억1만3천번 읽은 엽기적 독서광 김득신!

(부족한 사람은 없어도 부족한 재능은 없단다.)

 

책만 읽은 꺽다리 바보 이덕무의 방대한 저술!

(정조가 특별히 아껴 그 아들에게 아버지의 벼슬을 내림),

 

송곳으로 귀를 찌르고 도끼로 제머리를 친 서문장!

(냉랭한 문단의 반응과 절말적인 현실 앞에서ㅠㅠ)

조선의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닌가??

 

'동패낙송'을 엮은 노명흠의 아들임에도 벽파의 미움을 사

몰락한 잔반으로 과거 급제해도 벼슬의 기회는 오지 않으니

시험장에서 늙은 선비에게 제 원고를 넘긴 까닭에 귀양을 간 노긍!

(음...과거시험 대필로 6년 간 귀양이라니?ㅠㅠ)

 

허균과 화가 이정 그리고 기생 계량의 우정!♥

(그녀가 세상을 뜨자 허균은 '애계량'이란 시를 두 수 바쳤다.)

 

이 시에 부친 허균의 부기를 보면...

 

"계생은 부안 기생이다. 시를 잘 짓고 글을 이해했다.

또 노래와 거문고 연주에 뛰어났다.

성품이 고결하고 굳세어 음란함을 즐기지 않았다.

내가 그 재주를 아껴 막역의 사귐을 나누었다.

비록 담소하여 가까이 지낸 곳에서도

난잡함에 미치지는 않았기에 오래도록 시들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듣고 그를 위해 한 번 울고

율시 두 수를 지어 애도한다. "

 

진정한 영혼의 교감, Spiritual Partnership!^^

 

정약용과 강진 시절 제자 황상!

(머리가 나쁜 황상에게 다산의 격려는 교육학의 새 지평을...)

"할 수 있고말고. 항상 문제는 제가 총명하다고 생각하는데 있어.

한번만 보면 척척 외우는 아이들은 뜻을 음미할지 모른단다.

제목만 주면 글을 지어내는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경박하게 된다.

너처럼 둔한 아이가 꾸준히 노력하면 얼마나 대단하겠니?

둔한 끝으로 구멍을 뚫기는 힘들어도

일단 뚫으면 막히지 않는 큰 구멍이 뚫릴 게다.

첫째도 부지런, 둘째도 부지런, 새째도 부지런함이 있을 뿐!",

 

악률에 밝았던 홍대용과 그의 합주회 벗들!

박제가에게 보낸 박지원의 척독(짧은 편지),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 등등.

 

'조선시대에 이런 괴짜들이 있었구나' 감탄에 또 감탄!(^^)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평상시의 나는 제2 혹은 제3의 나인지 모른다.

내가 미치는 곳에 '제1의 나'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