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동물원> - 이안, 문학동네
어린이들에게 따끈따끈한 신간 동시집을 소개한다. 아기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창작동화, 명작동화, 과학동화, 수학동화, 음악동화, 미술동화 등등 동화책은 몇 질 사주면서 동시집 한 권 사는 걸 망각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동시 몇 편 말고 동시를 따로 읽는 인구는 얼마나 있을까? 지난봄에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학원가기 싫은 날’이라는 잔혹동시 사태는 한번으로 족하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시심은 엉뚱하지만 순수하고 활기차게 피어나길 바란다.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인 이안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이다. <글자동물원>을 거꾸로 꽂으면 ‘른자동롬원’으로 읽힌다. 동물원에서 곰이 문을 열거나 문이 곰을 꺼내서 나갈지도 모른다. '채송화'라는 동시를 읽다 보면 채송화 앞에는 절대 의자를 갖다 놓으면 아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최미란 선생님의 앙증맞은 삽화 덕분에 그림책 같기도 하다. 독서의 계절에 아이들과 동시를 낭송해 보자! 꺼내줘야 더 잘 자라는 게 동심인지도 모른다!^^
채송화 - 이안
의자가 아무리 많아도
채송화 앞에는 절대
의자를 갖다 놓지 말자
채송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발바닥에 오르는
전기를 기다릴 수 있게
지금 채송화에
하양 노랑 자줏빛
꽃 전구가 켜져 있다면
방금 전까지
채송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발바닥 전기를 찌릿찌릿
채송화에 주고 간
한 아이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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