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가을 너머의 가을 - 박기섭

moon향 2014. 10. 30. 13:28

 

 

 

가을 너머의 가을  - 박기섭

 

 

1.

 

모서리가 다 닳았다

가을이 온 것이다

 

풀이 마르면서

들어올리는, 고요

 

새도록 줄칼을 가는

귀뚜라미 때문이다

 

 

 

2.

 

무명베 조각조각 쪽물을 먹이다가

 

무심코 대문 밖을 내다보는 날이 있다

 

터지는 하늘 솔기에 문득 쏟는 재채기

 

 

 

3.

 

못 자국이 드러났다

가을이 온 것이다

 

구름 가는 가녘에

마음 따라가고

 

흙벽에 서걱거리는

무 시래기 때문이다

 

 

                        —《시와 정신》2015년 여름호

 

 

 

박기섭/ 1954년 대구 출생. 1980년 〈한국일보〉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키 작은 나귀 타고』『黙言集』『비단 헝겊』『하늘에 밑줄이나 긋고』『엮음 愁心歌』『달의 門下』『角北』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