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걸레옷을 입은 구름 - 이은봉

moon향 2014. 11. 17. 13:46

 

 

   걸레옷을 입은 구름         

 

 

                    - 이은봉

    

 

구름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자꾸 달과 나 사이의 교신을 끊는다 걸레옷을 입은 구름……

교신이 끊기면 나는 달에 살고 있는 잠의 여신을 부르지 못한다

옛날 구름은 그냥 수증기, 수증기로는 나와 달 사이의 교신을 끊지 못한다

오늘 구름은 고름 덩어리, 걸레옷을 입은 구름은 제 뱃속 가득 납과 수은과 카드뮴을 감추고 있다

이제 내 숨결은 달에게로 가지 못한다 달의 숨결도 내게로 오지 못한다

달과 숨결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잠의 여신은 숨결을 타고 내려와 내 몸을 감싼다

잠의 여신이 내게로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구름이 제 뱃속에 납과 수은과 카드뮴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구름, 제가 무슨 중화학공장 출신이라도 되는가

이처럼 오염된 구름을 두고 바람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양손에 비닐장갑을 낀 채 아직도 길을 잃고 헤매는 한심한 바람이라니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도시의 뒷골목을 어슬렁대고 있는 조폭 똘마니 같은 녀석이라니

구름은 아직도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나와 달 사이의 교신을 끊는다

교신이 끊기면 달에 살고 있는 잠의 여신은 내게로 오지 못한다

기름때에 찌든 걸레옷을 입은 채 나와 달 사이에 철판 세우고 있는 저 구름을 어쩌지

끝내 바람이 구름의 걸레옷을 벗기지 못하면 누구도 잠들지 못한다

하느님조차도 눈 부릅뜬 채 몇 날 몇 밤을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지 못하면 어떤 영혼도 바로 숨을 쉬지 못한다 그렇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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