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깐 만.....♡/나 는 나 답 게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moon향 2014. 8. 27. 13:18

 

今臣戰船 尙有十二

 

(금신전선 상유십이)

 

 

 

명량, 이 영화는 책 한 권이다.(moon향 생각)

 

 

 

 

광복절에 영화 <명량>을 보았습니다.

명량해전에 대한 영화가 개봉 20일이 조금 넘는 기간에 관객 1,500만명을 돌파하였다고 해요.

화려한 액션도 애절한 러브스토리도 없는 바다 위에서 벌이는 전쟁 필름이

5년 간 자리를 지킨 아바타(Avatar)”를 넘어 국내 최다 관객 영화로 등극한 것이죠.

영화의 주된 배경은 해남 우수영 울돌목입니다.

'울고 돌아가는 목'이라는 데서 연유한다고 하네요.

작년에 제주도로 수련활동을 가면서 해남 우수영 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탔는데,

출발하기 전 여유 시간에 우수영 기념관을 관람했답니다.

 

 

현재는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가 놓인 울돌목에 가보았는데,

정말 급격하게 돌아가는 회오리 바다를 보기만 해도 아찔하더라고요.

이 곳에 세워진 이순신의 동상은 갑옷이 아닌 동다리옷을 입고,

칼 대신 지도를 쥐고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인데요.

밀물 때면 동상 발목으로 물이 찬다고 해요.

 

 

임진왜란 6년이 되는 1597, 정유재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원균이 이순신을 모함해 쫓아내고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른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그는 부산포 진격을 감행하다 왜군의 기습에 허물어져

170여 척에 달하는 선박을 잃었으며, 결국 알몸으로 왜검에 목이 잘렸다고 해요.

백의종군한 이순신은 어명에 의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었으나

그에게 남은 전선은 겨우 12!

임금은 수군이 패하였으니 남은 병력을 거느리고 권율 장군 휘하로 가서

육전에 보탬이 되라고 하지만, 그는 어명을 거역합니다.

그 때 임금에게 보내는 서신에 이런 문장을 썼습니다.

"今臣戰船 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난중일기>에서 1592년 초가을은 음울하기만 합니다.

914, 왜군이 얼마 안 남은 조선 수군을 멸하고 한양으로 북상하려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한 척 남은 거북선마저 불타버린 마당에

병졸들은 패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요.

이순신은 조선 수군의 진영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두려움을 어찌할 것인지

물어보는 아들 휘에게 두려움은...필시 적과 아군을 구별치 않고 나타날 수 있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것은 백 배, 천 배가 될 것이다.”라고 합니다.

출정 전날 밤 장수들과 병졸들을 모아 놓고

必生卽死 必死卽生(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를 외칩니다.

 

 

 

한산대첩(1592)에서 패배한 와키자카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가진 구루지마를 수장으로 내세웁니다.

그는 이순신에게는 거북선이 없다면서, 330척의 배를 몰고 명량해협으로 직진해옵니다.

(우수영 기념관에서는 왜선의 수가 133척으로 나오네요.)

영화에서 묘사되진 않았으나,

이순신은 군사 수를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부녀자들에게 군복을 입혀 산허리를 돌게 했다고 합니다.

왜군은 조선 포로들을 태운 배에 화약을 실어 이순신이 있는 대장선 가까이 보냅니다.

자폭선이 되는 것이죠.

우리 진영과 왜군 사이를 몰래 드나드는 탐망꾼 역을 맡은 임준영이라는 자가 나옵니다.

아내는 벙어리지만, 그와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포로로 위장하여 자폭선에 타고 있던 임준영은

이를 대장선에 알리려다가 왜검에 맞아 쓰러집니다.

육지 언덕에서 자신이 탄 배를 바라보는 여인에게

임자, 이 배가 장군께 가서는 절대 안 되네.‘라는 마음의 신호를 강하게 보냅니다.

여인은 입고 있던 붉은 치마를 벗어 대장선을 향하여 흔들어요.

대장선은 그녀의 신호를 받아 그 배를 공격하고, 배는 폭발합니다.

임준영은 죽음에 이르는 소임을 다한 것이지요.

말 못하는 여인은 낭군의 죽음 앞에 창자가 끊어지는 울음을 토합니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라며,

거북선 한 척도 없는 상황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이순신이 탄 배가 제일 앞에서 싸웁니다.

치열하게 전투하는 장면에서 왜군의 수장과

포로들의 시신을 보여주는 장면은 너무 끔찍하였어요.

왜장 구루지마를 제거하여 뱃머리 기둥에 수급을 올리자,

조선 수군의 두려움은 용기로 바뀌어 이제 죽을 힘을 다해 싸웁니다.

명량해전에서 일본은 31척의 배를 잃고 후퇴했으나,

조선 수군은 단 1척의 배도 잃지 않았고, 대장선 사상자는 5명뿐.

영화 끝 부분에서, 전투 중에 배 밑바닥에서 손에 피를 흘리며 노를 저었던 자들이 말합니다.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걸 알까? 모르면 호로XX

 

 

육지로 돌아온 이순신은 명량해전의 결과를 천행이라고 말합니다.

아들 휘가 울돌목의 회오리가 천행이었냐고 물으니,

이순신은 백성이 천행이라고 답합니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

 

 

2014, 파란만장한 8개월이 흘렀습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을 세월호 참극과 병영 내 폭력 및 총기사고로 죽음에 이른 사망자들.

모범이 되어야할 위정자들과 상류층의 도덕적 해이를 비롯하여,

갈수록 지능화되는 사건사고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습니다.

<명량>을 보고나서, 너무나도 무뎌진 우리들의 애국심에 대하여, 일그러진 충성심에 대하여,

자신의 소임을 성실하게 다하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6학년부터나 중학생부터는 꼭 봐야 할 역사영화인 것 같아요.

<한산-명량-노량>의 승리를 하나의 필름에 담았다면 지나친 바람일까요?^^;;

조금 서운한 감이 있네요.

 

(진도대교 아래 바닷가에 작은 동상 하나 보이죠? 이순신 장군 동상이랍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 이동훈 조각가)

 

(김훈 '칼의 노래' 서문 중에서)

 

 

'잠 깐 만.....♡ > 나 는 나 답 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나무  (0) 2014.11.09
피천득의 수필 필사  (0) 2014.09.19
소금 같은 사람   (0) 2014.08.14
청주교도소 한 죄수의 눈물, 속죄의 나무  (0) 2014.06.11
기억 속의 들꽃, 필사하다  (0) 201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