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나팔꽃씨를 묻어두고 - 길상호

moon향 2014. 9. 18. 09:49

 

 

 

 

 

나팔꽃씨를 묻어두고

 

 

                   - 길상호

 

 

재개발지역 홍도동에 갔다가

빈집 담장에 기대 잠들어 있는

나팔꽃씨를 받아 왔다.

삼월의 노랫가락 따뜻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그 씨 묻어 놓고

지금은 새싹을 기다리는 오후,

일주일이 지났는데 도무지

나팔 모양의 싹은 보이지 않는다.

그 까만 태아의 잠은 환한 봄볕에

깨어날 줄 모른다 너무 늦게까지

마른 줄기에 매달려

빈집의 적막을 배운 탓일까

집 주인 발자국 따라 나섰다

먼 꿈길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

나의 기다림도 흙에 묻고 물 뿌리면

잡념만 파랗게 돋고

어느덧 나도 내가 버린 빈집이 된다.

지금 화분에는 나팔 소리 끊기고

더 이상 연주되지 못하는

음표들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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