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씨를 묻어두고
- 길상호
재개발지역 홍도동에 갔다가
빈집 담장에 기대 잠들어 있는
나팔꽃씨를 받아 왔다.
삼월의 노랫가락 따뜻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그 씨 묻어 놓고
지금은 새싹을 기다리는 오후,
일주일이 지났는데 도무지
나팔 모양의 싹은 보이지 않는다.
그 까만 태아의 잠은 환한 봄볕에
깨어날 줄 모른다 너무 늦게까지
마른 줄기에 매달려
빈집의 적막을 배운 탓일까
집 주인 발자국 따라 나섰다
먼 꿈길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
나의 기다림도 흙에 묻고 물 뿌리면
잡념만 파랗게 돋고
어느덧 나도 내가 버린 빈집이 된다.
지금 화분에는 나팔 소리 끊기고
더 이상 연주되지 못하는
음표들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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