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어머니는
- 김필영
날마다 어머니는
새벽을 깨워 별을 걷어와
수틀에 담고 계셨다.
먼저,
장남인 아들의 별을 담으시고
큰딸 둘째딸 그리고
막내딸
동맥을 따라 푸르게 튀는
수틀 속을 온통
별밭으로 꾸며 놓으시고
뒤돌아 봐가며 살 일이라고
나 태어나던 갑오년
껄끄럽게 넘어오신 보릿고개
보리수염같은 말씀도 꼭꼭 찔러
새겨 넣으셨다.
달빛 머문 창가에 앉아
핏줄감아 당긴 수틀
텅 빈 헛간
녹슨 호밋자루로 걸어두고
이승의 맨끝 가장 서러운 빛깔로
흐느끼며 돌아눕는
목련꽃 아픈 등피를 말없이
쓸어내리신던 어머니
별들 하나 둘
비늘을 터는 새벽
해어진 모시수건처럼 내려와
우뚝 솟은 내 키
조용히 낮추어 주고 있다.
제 7회 화니문예작품 시부문 우수작
월간 '화니' 통권 99호 (1994년 1월 1일 발행)
오래된 책장 틈에 꽂힌 화니 사보에서 발견한 詩이다.
제목이 '별밭'이라면 좋겠다......
김필영 詩人은 누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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